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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돼 식용으로 사용되는 국내산 소들. 밥상에 오르기 전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은 소가 대부분이다.
수입 사료도 걱정거리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광우병이 발생한 22개국으로부터 육골분 사료를 수입한 적이 있기 때문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유입되어 널리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 통계청은 2000년대 초반 유럽연합 내 광우병 발생국에서 한국으로 쇠고기 154t, 육골분 2008t, 뼈와 혼코어 등 8766t이 수출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출을 한 나라에서는 이렇게 통보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관세청 통계자료와 사료용 원료 수입 때 해당 업체가 받는 한국단미사료협회의 양허관세 추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영국 등 광우병 발생국가에서 육골분 사료를 수입한 사실이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수입된 육골분도 사료가 아니라 화장품이나 의약품 또는 도자기 재료 등에 사용됐다고 해명한다.
반면 유럽연합으로부터 우리와 똑같은 통보를 받은 일본은 광우병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동물성 사료 사용 전면 금지(동물성 사료 3단계 배급 금지조치) 등의 실질적인 광우병 예방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현미경검사법, 효소결합면역분석법(ELISA),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의 3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해 소 사료의 동물성 사료 혼입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영국의 축산기업과 사료회사들은 영국에서 광우병이 최고조에 달한 1991~95년 미국, 캐나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비유럽연합 국가로 육골분 사료를 수출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1993~96년 영국이 육골분을 수출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홍콩,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터키, 인도네시아, 헝가리,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스리랑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업자들의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묵인하고 조장한 것은 자국 축산업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연합은 광우병 공포로 인해 영국에서 생산된 육골분 사료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나, 유럽연합 이외의 국가에서는 그러한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 큰 불안은 ‘빛 좋은 개살구’식의 광우병 검사에서 비롯된다. 만에 하나 국산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고 광우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검사만 제대로 되면 우리가 식탁에서 광우병 쇠고기를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광우병 검사 실적은 양적으로는 OIE 기준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광우병 의심 소 및 광우병 위험군(群)에 대한 검사두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정부는 ‘신경증상을 보인 소’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 소’와 같이 광우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높은 소와 운송 도중 죽은 소, 원인불명으로 죽은 소 등을 거의 검사하지 않고 있다.
순 엉터리 광우병 검사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6354두의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다. 이런 검사실적은 30개월령 이상의 소를 100만두 사육하는 국가에서 99두만 검사하면 되도록 규정한 OIE의 기준보다 8배나 높다. 그러나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6354두 중 무려 92.4%에 달하는 5875두가 도축장에서 정상적으로 출하된 소였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소가 실제 광우병에 걸려 있을 가능성은 낮다. 일부 있긴 하지만 이를 찾아내려면 모든 소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외관상 멀쩡한 소가 광우병에 걸린 수만, 수십만 마리 중 한 마리꼴밖에 안 된다. 유럽연합은 2005년 겉보기에 건강한 860만7051두의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한 결과 113마리의 광우병 소를 찾아냈다. 일본에서도 2001년 10월18일부터 2007년 8월4일까지 715만9909마리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한 결과 33마리의 광우병 소를 찾아냈다.
일본은 24개월령 이상의 소가 폐사할 경우 신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광우병 유사 증상을 보이는 소를 신고해 광우병으로 확진될 경우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 전부다. 이처럼 폐사한 소에 대한 신고를 민간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신고건수가 거의 없다. 그런데 농림부는 “기립불능과 과민반응 등의 신경증상을 나타내는 소를 농가에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신고 건수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책임을 축산농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실제로 농가에서 폐사 진단서를 첨부해 농협중앙회로부터 가축공제사업 보험금을 수령한 폐사두수는 2001년 2755두, 2002년 7620두, 2003년 1만354두 등 총 2만727두에 달하지만 이 중 광우병 검사를 받은 소는 거의 없다. 도축장에서 출하되는 건강한 소에 대해 두수 맞추기 식으로 진행하는 한국의 광우병 검사체계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검사의 표본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 검사받은 국내산 소 6354두 중 2세 미만이 42두, 2세가 3211두, 3세가 1243두, 4세가 735두, 5세 이상이 1123두로 전체의 50% 이상이 2세 이하의 어린 소였다. 하지만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어 나이든 소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축종(畜種)별 검사실적도 한우가 3255두, 젖소가 1429두, 기타 1670두로 50% 이상이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한우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일본에서는 2001년 10월부터 전수검사 결과 33건의 광우병 소를 확인했으나 일본 토종 소인 와규(和牛)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광우병 의심 소에 대한 부검 거부 의혹조차 터져나왔다. 서울대 수의대 인수공통질병연구소는 2001년 국내 광우병 검사 국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최소한 광우병 의심 소 4마리의 부검을 거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이 부검을 거부한 것은 광우병으로부터 연구진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생물안전 Ⅲ등급 시설이 이 연구소에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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