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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욕심이 광우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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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은 시절에 인도네시아에 가서 근무했던 원목개발회사의 대표이사 사장님이시기도 하고, 또한 몇 해 전에 그분 책을 써드린 관계로 항상 각별한 정을 내게 보내주시는 최계월(崔桂月)회장님을 일본여행에서 찾아뵈었다. 금년 92세이신 데도 매우 건강하시고 또한 기억력도 아주 좋으셨다.
5.16 이후에 한국역사상 최초의 해외자원개발로 칼리만탄(보르네오)에서 원목개발사업을 통해 모운 돈으로 단군 이래 최초로 해외석유개발에 투자를 하여 인도네시아의 「마두라유전」에서 검은 황금이라고 하는 석유시추에 성공하여 온 국민에게 산유국의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던 분이다. 그러나 마두라유전은 石油井이 마치 땅속에 묻힌 감자알갱이처럼 여러 개의 소규모 유정이 바다 밑에 묻혀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대형油井이 아니어서 투자비에 비해 생산량이 적다 보니 경제성이 없었으므로 국내에서는 실패한 유전으로 낙인찍히면서 정부융자금만 축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 후에 마두라유전 鑛區에서 초대형 천연가스정이 발견되어 현재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바다 밑 땅속으로 64km에 달하는 파이프를 매설, 인근에 있는 인도네시아 제2도시 수라바야 화력발전소에 20년째 판매를 하고 있고, 또한 감자알갱이 같은 작은 배사구조 암반형태인 소규모의 유정과 유정 사이를 파이프로 연결하여 여러 유정을 한쪽으로 모아 생산을 함으로서 현재는 타산을 맞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일 상종가를 치달리는 국제유가 때문에 마두라유전은 현재 24시간 풀가동, 가스불기둥을 활활 태우며 생기가 펄펄 넘치고 있다.
그 어르신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 연세에도 ‘걸레짜기’라고 하는 일종의 요가운동을 하시고 나서 두 주먹으로 아랫배를 펑펑 소리가 나게 두드려서 밤새 몸속에 쌓여있는 노폐물로 생긴 가스를 아래, 위로 빼 내시는데 그분 트림소리를 멀리서 들으면 마치 호랑이가 우는 소리 같다. 며칠동안 가까이 뵈면서 ‘걸레 짜기’운동이 뭔가 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온몸을 비비꼬아서 마치 젖은 걸레를 손으로 쥐어짜듯이 몸의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였다가 다시 역순으로 조금씩 조금씩 오그렸던 몸을 펴는 것인데 별로 운동같지 않아 보이지만 그런 식으로 4~5회를 반복해서 몸을 조였다 풀었다 하게 되면 온몸에 땀이 흠뻑 젖는다. 최 회장님 말씀에 따르면 한학과 한의학에 조예가 깊으셨던 선친께서 하셨던 운동을 따라 배운 것이라 했는데 최회장님이 92세에 비해 훨신 젊어 보이시고 건강하신 것이 그 운동 덕분이 아닌가싶어 나도 요새 조금씩 연습삼아서 흉내를 내 본다
최계월 회장님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학교를 나오고 그래서인지 이젠 90노년이시다 보니 한국보다는 일본이 살기에 편하다고 하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우리나라사람들은 욕심이 작아요. 그게 탈이야.”란 말씀을 내게 하셨다. ‘작다’를 ‘적다’로 혼동하신 줄로만 나는 알았다. “아니, 회장님. 욕심이 적다니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사람들 너무 욕심이 많아서 탈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데요” 하며 내가 반론을 제기했다. “눈에 보이는 데만 욕심이 많다뿐이지 진짜욕심은 욕심이 좀 커야 되는 거야. 쪼만한 데에 욕심을 보여서는 안 돼.” 최 회장님의 달변은 계속됐다. “한국사람들은 어쩌다 주머니에 돈이 좀 생기면 제 마누라가 금세 눈치를 챗삐린다. 주머니에서 돈 소리가 딸랑딸랑 나거든.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돈이 생겨도 제 마누라가 전혀 눈치를 못 챈다 카이. 뭐가 생겼는지 얼굴을 봐서는 전연 감을 잡을 수가 없거든.” 욕심이 작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가 좀 생기면 금방 해피(happy)해서 얼굴에 당장 표시가 나지만 일본사람들은 욕심이 크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해피하지 않으니 얼굴에 그런 표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성급하게 샴페인 잔을 처 들고 과소비 바람에 거품경제로 IMF사태를 맞은 것도 알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욕심이 작은 탓이어서 그쿤기라”는 말씀도 하셨다. “큰 욕심을 가지려고 하면 작은 욕심 같은 것을 버릴 줄 알아야 되는 거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별이익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내 이익쯤은 뒷전으로 나앉아야 나라가 잘 되는 거야” 일본사람들은 욕심이 크기 때문에 그 큰 욕심을 채우려고 뭉칠 수가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심이 작다보니 서로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뭉치지를 못한다고 지적하셨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 싶었다.
요새 광우병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안전하다. 불안하다. 물론 큰 문제이다. 하지만 그 문제 이전에 왜 그렇게 화급히 정부가 태도를 바꾸어 협상을 서둘러서 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일본이나 대만이 20개월 미만, 24개월 미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우리도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검토하고 할 것이지, 왜 우리만 서둘러서 미국 현지에서는 판매금지가 된 30개월 소도 좋다,그 뼈도 좋다, 피도 좋다 해서 미국이 거꾸로 한국의 경우를 들어 일본과 대만을 압박을 하게 했느냐? 바로 그 점이 우리국민들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또한 분노케 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만 바보가 된 것 같고, 마치 우리만 미국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얼라 취급에 꿀꿀이죽 얻어 먹는 거지 취급받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더욱 드럽다는 것이다. 혹시나 야당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얘기하듯이 켐프 데이빗드 목장회담 때문에 서둔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설득력이 갖는 이유이다.
앞에서 얘기하듯, 눈에 보이는 데만 욕심을 내는 작은 욕심 때문에 그리 된 것 아니냐? 다른 대통령은 가고 싶어 해도 못 갔던 텍사스목장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됐으니 서둘러 홀딱 벗고 준 것 아니냐? 그런 의혹에서 이 정부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영어 하나는 기똥차게 잘 할 협상단이 영어몰입교육에 코드를 맞추려는 아부근성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백면서생인 나 같은 사람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영어문구를 잘못 해석해서 실수를 했다느니, 마치 20개월, 24개월.. 뼈 없는 살코기만 고집하는 일본과 대만을 젖혀놓고 우리나라만 과학적인 것처럼 ‘과학적’이라느니 하는 등, 그따위 말도 안 되는 구차스런 변명이나, 눈감고 야옹하는 소리는 당장 때려치우고 이제라도 재협상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강구해야만 하고,
이번 기회에 우리국민들은 앞으로 고기를 덜 먹도록 하자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금요일 금육제에만 금육할 것이 아니라 1주일에 6일을 금육하고, 1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그것도 비싸더라도 국산 한우만 먹든지, 아니면 돼지고기나 양, 닭, 오리고기로 국민들의 입맛을 돌리면 된다.
갑자기 바꾸어진 우리 식습관 때문에 여러 종류의 성인병이 생겼다 하지 않는가. 나물과 생선이 사람의 피를 맑게 하고, 탐욕을 줄인다는 말을 깊이 생각해보면 이번 광우병파동은 식습관을 바꾸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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