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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아비의 허수로 출렁일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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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tracks [sToa]
01. I Held The Moon
02. Alone 03. I Wish You Could Smile 04. Think About Eternity 05. Maare 06. Chanson D' Automne 07. Winter 08. Ariel's Song 09. Soft Snow 10. Nubibus Atris 11. Puisque Tout Passe The moon's greygolden meshes make All nights a veil, The shorelamps in the sleeping lake Laburnum tendrils trail. The sly reeds whisper to the night A name - his name - And all my soul is a delight, A swoon of shame 기원전 300년경의 헬레니즘 시대에는 광대한 국가에 던져진 개인이 어떻게 하면
난세를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전적으로 개인적 입장에 선 철학이 등장한다.
그것은 알렉산더 대제국의 분열에 따르는 전란과 동시에
격동하는 정치적 변동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는데,
그리스인 역시 마케도니아에 국가가 통합되고 정치적 자유를 상실하자,
국가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격동과 혼란을 회피함으로써 개인의 행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은 탄생된다.
소우주에 해당하는 인간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이성 법칙에 따라야만 인간의 타고난 자연적인 본성에
부합된다고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은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이성적 영혼이 인간을 지배할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롭고 행복하며,
이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비이성적 부분인 감정,
욕구, 정념을 지배케 함으로써
자연법에 일치시키고 인간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알맞은 의무를 드러내고
실천하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좀 더 덧붙여 설명하자면
이성적인 자연세계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성 법칙에 따라
질서롭게 조화를 이루는 결정론적인 세계이며,
이와 반대로 인간세계는
전쟁/패배/불행/고통으로 점철되는 무질서의 세계이다.
그래서 인간은 일상적인 행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세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성취는 우리의 능력 밖에 머문다.
따라서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행복은 능력의 발휘보다는
인간의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행복이 목표가 아니라
덕을 목표로 삼을 때
행복이 달성되는 스토아철학.
그렇다면 오늘 소개하는 스토아의 음악은 어떠한가?
공교롭게 이들의 그룹명과 고대철학이
동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길고도
지루한 글을 나열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전작 앨범 자켓은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 중에 하나인 열주랑(STOA)의
그림으로 도입했고,
리더 Olaf Parusel은 클래식과 더불어 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일례들을
뒤로 하고도 이들의 음악은
스토아 철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철학자의 언어와 시인의 감수로 가득하다.
7 년 만에 발표한 스토아의 3번째 앨범 .
본작에서 이들은 청자에게 고뇌를 선사하기 전에
첫트랙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여 심오한 음악 세계에
부담 없이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도록 유도 한다.
그리고 중반 트랙을 통해 충돌과 대립을 표현하며
일방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길들여져 갈등하지 않았던 것 중에는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순물이 많다는 것을 상기 시킨다.
그리고 후반 트랙은
명도를 높여 자신들이 불러온 어둠속에서
고뇌한 인간에게 한줄기의 빛과 위로를 전달한다.
<01 - I held the moon>는 노스탤지어적인 피아노 터치가 인상적인 곡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아스라한 슬픔이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청자의 심연을
이성적인 자연세계로 귀환 유도한다.
영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04 - Think about eternity>는
피아노 선율이 후반부로 갈수록 거칠고 극단적으로 흘러가는데,
이들의 음악적 표현은 에픽테토스의 망령을 불러와
"인간은 죽음의 교훈으로 부터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라"라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갈등을 통해 죽음의 다른 이름은 영원이라는 명제를 위한 피아노 연주.
<10 - Nubibus atris>는 새로 영입된 Mandy Bernhardt의 음성과 이계(異界)
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트랙으로
명상적 잠심(潛心)으로 흐르는 곡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가사와 제목은 라틴어로 씌여진 보에티우스(Boethius 470-523)의 시를 인용했다.
마지막트랙 <11 - Puisque tout passe>는
"임신한 여인의 태(胎) 속에 죽음이 싹트고 있다"라고 스스로 죽음을 감지하며,
성숙한 인간은 마치 무르익은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죽음도 그와 같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라고 했던 릴케의 언어를 빌린 곡이다.
사실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종교와 철학의 귀일(歸一)은 죽음이다.
이성에 의한 자기 극복은 가능하다고 보아도 죽음 앞에 인간의 한계와
운명의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룹 스토아는 죽음조차도 운명의 이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로 받아 들여
행복론을 추구하는 스토아 철학의 개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 트랙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초연한 연주를 선보인다.
이밖에도 선곡은 하지 않았지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등장하는 공기(空氣)의 요정 아리엘의 노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낭만 시로 노래한 SOFT SNOW,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글을 인용한 ALONE,
프랑스 시인 파울 베를린느(Paul Verlaine)의 고뇌를 담은 CHANSON D`AUTOMNE등
소우주를 담고 있는 인간이 자연과 이성세계로 귀결되는
스토아 철학의 현대적 공명을 위해,그룹 스토아는 시대와 국가와 언어를 초월하며
그 예술혼을 한장의 시디에 담아 내고 있다. (펌)
오늘은 짬이 날 때마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지낸 것 같다
이렇 듯 나는 언제부턴가 모든 것을 막고 비밀한 곡에 빠져 나른하게 취할 때가 가장 좋다
두 귀에 해드셋을 꽂고 나긋하게 들려오는 선율에 몸을 맡기며 눈먼 아비의 허수로 출렁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혼을 부르며 살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그 공간에 서 있다
우리는 서로 삶과 정신을 공감하며 붉은 블루(순수)로 만날 뿐이다
오늘도 내일도 내 귓창을 여지없이 뚜드려 댈 것이다
검게 때론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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