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하는 동네에 제법 정갈한 장소가 있습니다.
큰 길가 버스 정거장 의자가 등을 기대고 있는 담벼락위로 건물 몇 채와 어린이 놀이터가 보이는
나무가 제법 우거지고 잘 가꾸어진 곳입니다.
정문 왼쪽으로는 키 높이 만한 나무들이 주르륵 서서 작은담을 가리고
오른 쪽으로 돌아올라간 2층 높이의 마당에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 웃음 소리가 간간이 담을 넘어옵니다.
지나가자면 수위실과 굽이진 차도와, 나무 몇 그루와, 찻길을 따라 안쪽으로 높이 쌓여진 축대가 보이는 전부입니다.
그런데 두어 달 만에 첨으로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따라가니 나무들 뒤로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축대 쪽의 한 구석에 사방 2미터 쯤의 개장이 있었습니다.
사철 푸른 나무로 차단된 곳에 홀로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은 진돗개 한 마리였습니다.
통로라고는 나무하나 덜 심어져 게걸음으로 들어가야 되는 곳이니 참으로 가깝고도 외진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 기거하시는 분이 낯설어 짖는 소리에 지나가시며 "짖지 마라, 백구야."하시며 저를 경계하셔서
이름도 알게 되었지요.
이후로 생각나면 가서 이름이나 한 번 부르고 오는데 웅얼웅얼 짖을 뿐 반응이 없었습니다.
엊그제 오랫만에 다가가 이름을 부르니 목줄을 철렁이며 철망 사이로 모습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첨으로 반응을 보여주긴 했지만 계속 컹컹 짖어대니 "또 보자" 하고는 주인 나올까봐
재빨리 아무도 없는 수위실 앞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녀석도 혼자인 것에 지쳐 하소연 할 말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수다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개도 의사소통이 필요한 동물이니까요.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휑해져서 밤에 밖에 나가 아카시아 냄새를 좀 오래도록 맡았습니다.
저렇게 흐드러진 꽃에 올 해는 벌이 좀 있을까요?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제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밤에 떠오른 글을 여러분과 나눌까 합니다.^^
지금 저는 Kiss From A Rose (Seal)를 듣고 있습니다만 필요하시다면 노래는 각자 원하시는 것을 들으시구요.
올린다면 김 동규님의 오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어울리려나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댓글 주셔도 답은 안드립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기를...
ㅋㅋㅋ 5월이 아니라 10월의 멋진 날이었군요. 아~~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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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밤
이 효숙
소쩍새 운다
아카시 향기 들썩여
징허게 잠 못 이루는 밤
화등잔만한 눈을 켜고
어둠을 사는 새
한 마리
소리가 되어 날아온다
어느 봄의 보릿고개에 굶어 죽은
며느리의 눈물인가
달려들어 정수리를 쪼개는 정한
검게 뒤틀린 몸으로도 아카시들
희디흰 화관 흔들며
저리도 달콤하게
향내가 되어
어둠을 쏘다니는데
그리움으로 앞을 밝히고 서서
나도 5월의 밤을 날아가는 새가 된다.
내짝 내짝
내짝 내짝
그렇게 소쩍새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