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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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위원 K형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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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08-05-09 ㅣ No.120222

형제님을 볼 때마다 저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성당일에 누구보다 열성이시고,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여 성당의 일을 아주 깔끔하고 계획적으로 처리하셔서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교우들이 형제님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신앙심도 깊고 용모도 수려해서 특히 신부님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형제님은 사목위원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분입니다.

사실 사목위원들은 봉사직입니다.

자기 시간을 쪼개어, 때로는 자기 돈을 드려가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성당일에 바쳐야 하는 일은 일반 교우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때로는 불필요한 입방아에 오르고 때로는 억울한 의혹을 받고, 잘해봐야 본전인 그런 자리가 사목위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글을 보내드리는 이유는 형제님을 칭찬하고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형제님이 그 젊은 나이에 성당의 현관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은 참 보기가 안 좋습니다. 사제들이 담배를 피운다고해서 교우들이 같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술 담배에 관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제들이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 때문에 술담배를 하시는 것을 너그러이 보아온 전통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교우들까지도 여기에 편승해서 사제들 처럼 행동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술도 그렇습니다. 사제들을 위로하고 신자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서 같이 술자리에 어울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사목위원들은 사제들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의 임무가 아닌가 합니다.

설사 같이 술자리에 어울리더라도 되도록 신부님이 술을 덜 마시도록 하고 사목위원들이 나서서 술자리를 주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더구나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그런 술자리는 사목위원들이 적극 만류하고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를 보호하는 것은 사제의 권유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형제님은 몸이 약한 편입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술을 마셔서는 건강이 견디질 못합니다. 술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세상없이 강인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술에는 견디질 못합니다. 가벼운 술자리는 누가 보기에도 좋습니다만 부디 밤새 술을 마신다던지,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피했으면 합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성당의 단체장 중에는 여러가지로 힘에 겨워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신부님께는 야단을 맞고 신자들은 따라주질 않고, 아는 것은 없고, 똥만 타는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흔히 보면 잘 나가는 단체와 사목위원들은 잘 어울리지만, 이런 분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서 애만 태웁니다. 형제님은 이런 분들을 위로해주고 이끌어 주시고 같은 편이 되어주십시오.

성당에는 많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신심이 편벽되지 않고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지 잘 보살펴야 합니다. 신부님이 일일이 보지 못하는 면을 형제님같은 사목위원들이 잘 보시고 신부님께 바른 길을 가르쳐주시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단체가 다 골고루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이들에 대한 애정과 지원을 해야할 것입니다. 신부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목위원들이 자칫 교만에 빠질 수 있고, 단체들을 자신의 휘하에 있는 조직으로 오해할 수있으나 이는 잘못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형제님 개인의 신앙과 건강의 발전을 위해서 힘써야 합니다.

결국은 사목위원이건 단체이건 간에 자신의 신앙의 발전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한 성당에 다니는 것이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형제님이 더욱더 건강하시고 성당에서 직책을 맡아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괜한 잔소리같은 말씀을 드린것 같습니다. 제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형제님께 드린 것 같습니다. 형제님의 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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