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망명자 /자유새
아무도 없는 집에 난생 처음으로 낯선 두 젊은이에게 잠자리를 내 주었다. 한 명은 중국에서 유럽을 헤매다 이태리를 통하여 들어왔고 또, 한 명은 이북에서 왔는데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지 벌써 5섯달이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삼십대 초반의 순박하면서도 특별히 눈에 총기가 흐르는 총각들이었다. 현재 그들의 신분은 망명자다.
삶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벽 안에 갇힌 듯 불안한 현실 속에서 갑작스런 나의 따스함에 너무나 고마워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마침, 손님 방에 침대가 있는지라 날이 추워 따스한 오리 털 이불을 넣어주며 어려워 말고 편히 자라 하였더니 거실도 충분히 아늑하여 그 곳에서 자도 된다며 무척이나 황송해 하였다.
그런 그들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어려워하고 고개만 숙이는 그들을 보니 나도 모를 슬픔이 한없이 저며왔다. 동시에 누구인지도 모를 대상에게 화가 나기도 하였다. 왜? 이들은 이곳까지 흘러와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이역만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 고생들을 많이 해선지 한참 생기있어야 할 나이에 못내 의기소침한 그들이 많이 안타까워서 그러지 말고 허리 꼿꼿이 세우고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거의 부탁조로 잘라 말했다. 머리가 명석한 그들은 의외로 말귀가 밝았다. 무슨 소린지 알아들었다며 앞으로 사는데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시어 진심으로 고맙다며 고개를 90도 깊이로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게 사는데 이념의 각박한 현실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져 처한 현실을 피부로 확고히 인식하여 쏟아진 그 속에서 빛을 찾아 희망의 길을 찾는 방법 외엔 별다른 묘책이 당분간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오래도록 내내 그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손길은 현실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다. 비록, 들켜버린 숨통일 망정 억지로라도 자유의 깃발을 매달고 검은 하늘 아래 점 같은 씨앗의 희망을 심으며 기다리고 기다릴 수 밖에.......!
강산에/자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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