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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떻게 믿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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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믿는 것이 바르게 믿는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동안 쌓은 내 지식과 경험으로 믿을 것인가 안 믿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믿으라니 그게 도대체 지식이나 경험으로 어찌 믿을 수 있는 말인가? 그런데도 나는 믿는다.
군에 있을 때였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병참단본부중대에 배치를 받고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날이었다. 부대환경정비를 한다면서 치악산 근처에 잔디를 떼러 갔다. 병참부대라서 기름이 흔했다. 고참병장들이 스페어 깡 몇 개에 경유를 가득가득 넣어서 작업트럭에 실었다. ‘산에 불을 놓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웬 기름을...?’ 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기름은 얼마 가지 않아서 길 가에 있는 정미소에 갖다주고, 대신 식수 통으로 가져간 깨끗한 스페어 깡에 뿌연 막걸리를 한가득 담아왔다. 작업에 동원된 쫄병 모두들 와아! 하며 막걸리와 북어안주를 보고 좋아 했다.
문제는 일을 끝내고 그 막걸리를 마셨어야 하는 건데 차가 작업현장인 치악산 앞 국형사 절 근처 야산 앞에 서고 내리자마자 모두 막걸리 통 주위로 모여들어 마치 맹물 마시듯 그 막걸리를 마셨다. 물론 나도 마셨다. 그래도 끝에서 2번째 쫄병이라 고참들 눈치가 보여서 한잔만 하고 밭 뚝 같은데서 띄엄띄엄 뗏장을 떴다. 떼는 본래 많은 곳에서 약간 떼어 가져 와도 금세 복구가 된다.
그런데도 나하고 전입동기인 이등병 한명, 그리고 일병들 몇 명만 물러나 떼를 뜯고 5-6명의 상병이상 고참들은 내가 ‘나중에 마시다가 남으면 그때 마셔도 되리라’고 생각했던 그 막걸리를 한 시간 이상이나 둘러앉아서 그것을 몽땅 마셔 버렸다. 그러더니 하나 둘 병든 병아리가 비실거리듯 그늘로 찾아가더니 모두들 잠이 들었다.
“불쌍한 쫄따구들이여!” 우리는 쫄병신세타령만 하고 떼 뜨는 작업을 계속했다. 부대에서 가져나온 식사로 점심식사를 하려고 고참들을 깨웠지만 그 중 한명만 겨우 일어나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몇 번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4시쯤 부대로 돌아오기 위해 작업량을 책크하던 고참들이 작업량이 너무 적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급하게 서두르기 시작하더니 남의 묘 앞에 가서 떼를 떼면서 나더러 그곳에 와서 빨리 빨리 떼를 뜯어서 실으라고 했다. 나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 소리를 멀어서 못 들은 척 하고 내 일하던 곳에서만 일을 했지만 고참들은 모두 그 주변에 있는 묘지 근처에 가서 떼를 떼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트럭에 떼를 싣고 부대로 돌아오며 고참이 “작업장소를 일부러 묘가 많은 데로 정해서 그곳에를 갔었는데 쪼다들이 엉뚱한데 가서 일을 해서 X팽이를 쳤다”고 나를 보며 눈을 흘겼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산모퉁이를 내려가던 우리 트럭이 약간 기우뚱 하는 것 갔더니 아뿔싸!@ 그만.......
내가 땅바닥에 떨어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타고 온 트럭이 안 보였다. 차가 길 밑으로 몇 바퀴를 굴렀는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처박혀 있었고 몇 사람은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와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대형 전복사고였다. 한 사람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2사람은 장 파열, 또 4사람은 중상. 경상자는 나를 포함해서 3명 뿐이었다. 놀랍게도 묘 앞에 가서 떼를 뗀 사람들이 모두 중상 이상이었다.
다음날 헌병대로 끌려갔고 5CID인가 하는 곳에 몇 날을 불려 다녔다. 술을 얼마나 마셨느냐? 누구누구 먹었느냐? 어디서 술이 났느냐? ........
나는 그때 믿었다. ‘내 조상께서 솔밭에 들어 계시다’고. 나는 조상님 음덕으로 그 순간 손바닥에 피 몇 방울만 흘리고 손바닥과 팔꿈치에 모래알만 박히고 멀쩡했다고.
나는 그런 식으로 내 하느님을 믿는다. 나는 그런 식으로 나의 주,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믿는다.
그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은 그저 순명의 표본으로, 고통의 표본으로, 성령을 통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취한 사람으로 세상에 오게 해주신 어머니로, 성모 마리아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며 그분께서 말씀하신 바를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그게 바로 내 믿음이다.
내 조상님이 솔밭에 들어 계시며 항상 나를 돌봐 주신다고 믿듯이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나를 살피시며 나를 보호해 주신다고 나는 믿는다.
내 조상님을 기억하며 조상님 제사에 정성을 다하여 참례하듯이 정갈한 몸가짐으로 미사에 참례하며 나를 돌봐주시는 내 조상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듯이 내 주님 내 하느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내 믿음이다.
내가 조상을 택하여 태어나지 않았듯이 내가 주님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를 주님의 제자로 따르라 택하셨으니 가급적이면 내 조상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그 마음과 같이 예수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그분 뜻에 합당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내 믿음이다.
언제나 그렇게만 살지 못해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죄송하고 부끄러운 것 또한 내 믿음이며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뉘우치며 회개하는 것 또한 내 믿음이다.
과연 어떻게 믿는 것이 바른 믿음인가? 믿음이 부족한 탓에 잘은 모르지만 말보다는 마음, 마음보다는 실천, 내 삶을 통해서 내 조상을 기쁘게 해 드리듯이 내 주님 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믿음이라 생각하며 또한 더욱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몸부림이 믿음이라 여기니 어쩌면 그것이 내 머리로 그려지는, 바른 믿음이 아니겠나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