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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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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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08-05-06 ㅣ No.120145

박경리 선생이 타계하셨다.
 
박범신이 "별을 바라보며 자신의 발로 한 발 한 발 걸어가 마침내 자신이 별이되신 분" 이라고 말했지만, 적실한 말같다. 고인의 문학적 공적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나는 그분의 <토지>를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경상도 사투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우리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스케일의 방대함, 등장인물 600여명을 넘는 우리문학사상 유래가 없는 역작이라는 평가와는 또 다른 면에서 나는 그분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우리말, 특히 경상도 사투리의에 대한 애정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라는 말을 쓴 것은 나 자신은 경상도 사투리를 몹시 싫어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석상에서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을 보면 몹시 거부감이 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경리 선생의 토지 속에서 구사된 경상도 사투리는 그렇게 구수하고 아름답게 들렸던 것이다.
 
어떻든 우리 문학사상 거장이 가셨다. 문학적 기법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사에 대한 깊은 천착,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간직하셨던 선생의 명복을 빈다.
 
노래방에서 유행가 한자락을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하지 않는가?
그냥 입만 뻐끔거리면서, 소위 립싱크를 하고도 노래했다고 하는가?
그건 마치 손바닥만한 실내낚시터에서 팔뚝 만한 고기를 낚았다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로봇인형을 안고 애인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하찮은 노래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리 음치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본전생각 나지 않지 않을까?
 
박경리선생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생애를 걸었다. 노래라는 것이 반드시 노래방 노래뿐이겠는가? 게시판에서 오다가다 끄적거리는 잡문나부랭이라도 그것이 반드시 고귀한 문학작품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는 유행가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을 바에는 마이크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자신은 잠시 앉아서 맥주라도 한 잔 마시며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를까 숨이라도 고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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