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은폐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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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senuri] 쪽지 캡슐

2001-09-24 ㅣ No.24685

얼마 전에 시민-사회 단체들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습니다.

100인 위원회라는 모임이 그 동안 시민, 사회 운동 안에서

떠돌았던 성폭력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해 버렸기 때문이지요...

 

이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비난이 100인 위원회에 가해졌습니다.

 

"그들도 인간인데 한번의 실수로 이렇게 대우 할 수는 없다."

"죄 이전에 그들의 공로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규명이 먼저다.."

"이것은 적 앞에서 내부 분열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어디서 들어 본듯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사제도 사람이다.."

"혹시 사제 음해 세력이..."

"장상들이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개신교 신자들이 알거나, 사회적으로 알려지면 교회 망신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교회 또한 지극히 ’사회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따라서 성범죄에 대한 처리 역시

사회적인 대처 방법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80-90년대 사제들의 잇단 추문으로 곤욕을 치룬 미국 교회는 오늘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이를 공개하고 정확한 진상을 조사한 후

결과에 따라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 것이지요.

즉,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보상,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합당한 징계, 재교육, 혹은 심리치료 등을 통해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는 물론 이거니와 가해자와 교회 전체가 입은

상처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범죄 행위가 현존하고 가해자가 그에 마땅한 수준의 참회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를 덮어 버리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도 아니고 신앙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싸움을 선택한 100인 소속 피해자들은

지금 이 게시판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공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교회는 거룩하지만 죄스러운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반석인 베드로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당신을 배신했던 베드로 또한 받아 들이셨습니다.

 

진정한 사랑과 신뢰는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거듭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통해 드러납니다.

 

거룩한 교회만을 사랑하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우상 숭배일 뿐이지 참된 사랑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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