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 쪽진 머리 외할머니~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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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3-11-11 ㅣ No.58623

 

  † 그리스도의  향기   

 

 

 며칠 전까지 나무에 붙어있던 노란 은행잎들이 이젠

 

 자신들의 발 밑으로  분주히 그 잎들을 떨구어 냅니다.

 

 또 다른 生을 준비하며 날리는...  그 잎들을 보며

 

 봄의 화려함보다 한층 성숙된 가을의 아름다움을 보게 됩니다.

 

 

 비가 내리네요...   환절기 맞지요.  

 

 게시판 가족 여러분들 감기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안부 여쭤봅니다.

 

 

 비에 젖으면 촉.촉.  더욱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 속에 묻혀있는 보고싶은 얼굴이 있습니다.

 

 며칠 전 엄마는 볼 일이 있다며 친정에 다녀오셨습니다.

 

 

 어린시절 외갓집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있는 가까운 곳이었지만,

 

 느을...  가슴 술렁이며 드나드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마  참 좋은 이가 있어서 였나봅니다.

 

 

 내 기억 곳의 외할머니는 흰머리에 쪽져 올린 머리.

 

 거기에 은색 비녀를 항상 단정히 꽂고 계셨습니다.

 

 

 열부상을 받았다는 거창함을 굳이 자랑치 않고도

 

 그 동그란 얼굴에는 늘 푸근히 안아줄 것 같은 인자함이 배어있었고,

 

 깡총거리며 외가에 가면 사탕이며 과자 쪼가리등을 챙겨주시던

 

 손길 속에는 그런 따뜻함만이    가득했더랬습니다.

 

 

 그런 외할머니는 내게는 늘 무엇이든 다 잘하는 분이셨는데...

 

 어느 날 할머니께서 깍아주셨던 내 연필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

 

 아직도 고냥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나뭇결 방향으로 곱게 검은 심이 나와있어야 하는데...

 

 이런!  내 연필은 거친(?) 할머니의 터프함(?)에 뭉뚱거려져

 

 두툼한 머리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으응...   할머니도 못하는게 있었네...

 

 그 때 내 머리 속에 들었던 툴툴거렸던 어린 실망까지도

 

 지금엔 깊은 그리움만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애야... 물 좋은 곳에 정자 좋은 곳 없다."

 

 나이가 차도 시집 갈 생각조차하지 않는 내게 눈만 마주치면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당신 외증손주 배 속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무척도 기특해하실텐데...

 

 

 몇 해전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셔 의식을 잃으셨는데도

 

 제가 손을 꽉 잡아드렸더니 문득 깨어나셔 눈을 뜨시며...

 

 내 이름을 불렀던 외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는 며칠 뒤 세상을    뜨셨지만,

 

 그 분의 모습과 사랑은 지금도 늘 내 안에 남아

 

 항상 또 다른 사랑을 보내주십니다.

 

 

 비가 와서인가요?

 

 그 분...  쪽진 머리 외할머니의 모습이 코 끝 찡...

 

 그리워만집니다~~~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 복음말씀:

 

            요한 복음.  2장 13절 -22절』

 

 유다인들의 과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 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을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꾸짖으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의 머리에는

 

 ’하느님,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

 

 하신  성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때에 유다인들이 나서서 "당신이 이런 일을 하는데,

 

  당신에게 이럴 권한이 있음을 증명해 보시오.

 

  도대체 무슨 기적을 보여 주겠소?" 하고 예수께 대들었다.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예수께 "이 성전을 짓는 데 사십육년이나 걸렸는데,

 

 그래 당신은 그것을 사흘이면 다시 세우겠단 말이오?" 하고 또 대들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뒤에야 이 말씀을 생각하고

 

 비로소 성서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

 

 

 to.

 

 

 그리곤, 바쁘다 핑계대고 한번도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무관 안에 고이 누워 계신 할머니를 묻고 흘렸던 눈물 방울방울~ㆀ

 

 흙도 채 마르지 않았던...  그 묘떼 위에 떨구고 난 뒤론 말입니다.

 

 

 기일 때 마다 엄마는 할머니 산소에 다녀오시는데요,

 

 내년엔 엄마와 함께 꼭 시간내 갔다와야겠습니다.

 

 

 항상 가까이 느꼈던 외할머니의 숨결이 오늘 정말 비가 와서인가요!

 

 뭉클거리며 왜 이렇게 그리워지나요...

 

 

      -  2003년  11월 11일  비 오는 화요일 아침에  -

 

  ...  내 삶 안에 가장 크신 분을 떠올리며 나탈리아 올림.

 

 

 P.S: " 오늘 두 사람이 그렇게 참~ 많이 보고싶어집니다.

 

        이제 막 까꿍거리며 논다는 뻗친 머리 고집도 불통인

 

        11개월짜리 볼살 통.통.  내 조카 수영이와

 

        이젠 하늘 나라에 계신 우리 외할머니가...

 

        위령 성월 한가운데서 몹시도 보고싶어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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