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전설의 아이오와급 전함

스크랩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9-15 ㅣ No.1544

◆ 전설의 아이오와급 전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항공모함이 해상작전을 주도하면서, 한때 해상의 강자였던 전함들은 각국 해군에서 사라졌고 고철로 분해되었다. 그러나 휴식과 재취역을 오가며 제2차 세계대전부터 걸프전까지 50여 년의 세월을 넘게 전장에서 활동한 전설의 전함이 있다. 바로아이오와급 전함(Iowa Class Battle Ship)이다.

 

                       아이오와급 전함 미주리호, 50년 이상을 활동한 전설의 전함.

 

 

 

  50여 년을 전장에서 활동한 전설의 아이오와급 전함

  아이오와급 전함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건조된 전함이다. 아이오와, 뉴저지, 위스콘신, 미주리 총 4척이 건조되는데, 1번 함인 아이오와호가 1943년 5월에, 미주리호가 마지막으로 1944년 11월에 취역했다. 이들은 마셜군도 작전을 시작으로, 유명한 레이테만 해전 등에 참가하고, 오키나와 공격에 참여하는 등 세계대전 중 맹활약을 펼친다. 특히 미주리호는, 1945년 9월 2일 이루어진 일본의 항복문서조인식 장소로 역사적 이름을 남긴 전함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 7함대의 기함으로 활약한 아이오와호.

 

1945년 9월 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열린 항복문서조인식 장면.

 

 

  한국전쟁으로 부활한 아이오와급 전함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주리호를 제외한 다른 함정들은 장기 보존 상태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 발발과 함께 현역에서 활동하던 미주리호는 한국으로 급파되었고, 나머지 함정들도 급하게 현역으로 복귀하게 된다. 아이오와, 뉴저지, 위스콘신 3척의 전함은 한반도 해역에 머물며, 16인치(Inch) 함포로 지상군을 지원했다. 당시 북한군과 공산 진영은 항공기를 볼 수 있는 공중폭격과 달리, 포탄만 날라오는 미 해군 전함의 함포사격을 가장 두려워했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의 철수 작전이었던, 흥남 철수 작전에서 아이오와급 전함은 강력한 포격으로 철수하는 유엔군과 피난민들을 지원했다.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나고 아이오와급 전함 4척은 다시 장기 보존 상태로 들어간다. 1968년 베트남전이 격화되면서, 뉴저지호가 장기 보존 상태에서 해제되어 현역으로 복귀하게 된다. 베트남전에 파견된 뉴저지호는 110일의 작전기간 동안, 16인치 포탄 5,688발, 5인치 포탄 15,000발 이상을 발사했다.

 

                       한국전쟁에서 활약하는 아이오와급 전함.

 

 

  마지막 전장 걸프전

  뉴저지호는 다시 장기보존상태에 들어가고, 아이오와급 전함은 긴 휴식에 들어간다. 그러나, 1970년대 말 구소련 해군은 세력을 키우며 해외로 진출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이란에서는 혁명이 발생해, 친미 세력이었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렸다. 1980년대 초 위협을 느낀 미국은 미 해군에 600척의 함정을 보유하기로 계획한다. 이 계획에는 아이오와급 전함을 부활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활한 4척의 전함은 현대전에 맞게 새롭게 개조된다. 우선 레이더와 각종 전자장비들이 현대화되었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하푼 대함미사일이 탑재되었다. 정확한 함포 사격을 위해, 5대의 RQ-2 파이오니아(Pioneer) 무인정찰기도 추가되었다. 아이오와급 전함은 크고 작은 분쟁에서 활약을 펼쳤고, 1990년 걸프전에는 미주리호와 위스콘신호가 참가했다. 이 두 함정은 걸프전 동안 50여 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1,000여 발의 16인치 함포를 발사했다. 걸프전 종전 이후 아이오와급 전함은 현역에서 다시 한번 은퇴하고, 뉴저지와 미주리 그리고 위스콘신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 네임쉽(Name Ship)인 아이오와호는 장기 보존 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지만, 박물관으로의 개조가 추진되고 있다.

 

현대화되어 복귀한 아이오와급 전함 위스콘신호가 순항미사일을 쏘고 있다.

 

걸프전에서 함포를 사격하는 아이오와급 전함 미주리호.

 

 

  괴력의 16인치 함포


  대구경의 함포는 전함의 심볼(Symbol)이라 할 수 있다. 아이오아급 전함은 50구경장의 16인치(406mm) 함포 9문을 장착했다. 16인치 함포는 850kg에서 1.2t의 각종 포탄을, 최대 40Km까지 쏠 수 있다. 관통력은 포탄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철갑탄인 Mk. 8의 경우 두께 9m의 강화 콘크리트벽을 뚫을 수 있다. 발사속도는 최대 분당 2발로, 5분 만에 90t에 달하는 포탄을 쏘아댄다. 16인치 함포의 사정거리는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공격기보다 짧지만, 함포는 함재기와 달리 기상의 영향을 적게 받는 장점이 있다. 전쟁을 통해 16인치 함포의 위력을 실감한 미 해병대는, 아이오와급 전함의 부활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아이오와호의 주포 발사 장면, 충격파로 바닷물이 순간적으로 움푹 패는 모습이 보인다.

 

 

  최강의 방어력과 강력한 힘의 시현

  함포와 함께 전함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크기이다. 아이오와급 전함은 1980년대 현역으로 복귀했을 당시, 기준 배수량 45,000t, 만재 배수량 58,000t, 전장 270m, 선폭 33m의 크기를 자랑했다. 당시 미 해군의 항공모함 외에는 아이오와급 전함을 압도하는 함정은 없었다. 해군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평상시 해군 함정을 통해 국가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일반인이나 언론의 경우, 특히 함의 크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1980년대 당시 아이오와급 전함의 경우 거대한 크기와 강력한 무장으로 항공모함과 함께, 강력한 미국의 힘을 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와 함께 강력한 방어력도 아이오와급 전함의 특징 중 하나이다. 방어 장갑과 우수한 다층수밀구획등으로, 피격 시 함과 승무원의 생존율이 그 어떤 전함보다도 높았다.

 

전함은 보유한 국가의 강력한 힘을 시현하는 존재이다.

 

아이오와급 전함의 방어 장갑의 두께를 보여주는 사진.

 

 

  아이오와급 전함의 라이벌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오와급 전함의 라이벌(Rival)은 일본 해군의 야마토급 전함이었다. 야마토급 전함은 야마토와 무사시 2척이 건조되었다.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의 전함으로 기록되고 있다. 1941년 취역한 야마토급 전함은 만재 배수량이 약 72,809t에 달했고, 아이오와급에 장착된 16인치 함포보다 큰 460mm 함포를 장착했다. 함포 역시 역사상 가장 큰 함포로 기록된다. 전쟁 막바지에 야먀토급 전함 2척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함재기에 의해 모두 격침당했다.

 

일본의 야마토급 전함. 건조된 세계 최대의 전함이나, 2척 모두 격침됐다.

 

구소련이 건조한 키로크급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 현재 러시아 해군을 대표하는 전투함.

 

 

  1980년대 아이오와급 전함은 부활과 함께, 새로운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당시 구소련 해군이 자랑하는, 키로프급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이다. 키로프급은 만재 배수량 24,300t의 대형 순양함으로, 1980년부터 1992년까지 4척이 취역했다. 무장으로 460여 발의 각종 미사일과 130mm 함포 1문, 이밖에 다양한 구경의 기관포를 탑재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아이오와급 전함과 달리, 키로프급 순양함은 1992년 함명을 변경하고, 러시아 해군을 대표하는 전투함으로 활동 중이다.

 

 

                  

                  미주리호에서 열린 항복조인식에 참석한 일본대표단

                  앞줄 왼쪽이 외무상 시게미쓰 마모루, 오른쪽이 참모총장 우메즈 요시지로.

                  시게미쓰가 지팡이를 짚은 이유가 바로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 의해 다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53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