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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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johnnara] 쪽지 캡슐

2008-05-02 ㅣ No.120025

일전에 컴컴해지던 무렵 퇴근길에 보니 시화공단 오이도 입구 사거리 6차선 도로에서 한 젊은 남녀가 서서 승강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얼른 들어 왔다.

녹색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화방조제를 건너온 차량과 공단 퇴근 차량들이 성내듯 달리는 위험천만한 길인데도 젊은 커플은 아예 한 1 미터쯤 도로로 들어 와서는 꼭 부등켜 안고 서서 기우뚱거리며 엉켜 있었다.

혹시 납치범?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용기를 내어 비상등을 켜고 세워서 물었더니,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술에 녹초가 되어 길바닥에 쓰러지려는, 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자를 역시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할 만큼 취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안깐힘을 다해 껴안고 붙들고 서 있는 것이었다.

두 남녀는 보름 쯤 전에 결혼을 한 의왕에 사는 신혼부부였는데, 소래포구에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다가 어쩌다 보니 과음을 하게 되었고,

걷다가 보니 어떻게 거기까지 떠밀려 와서는 택시를 잡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거기는 택시가 들어 오는 곳이 아니어서 위험한 줄도 모르고 몇십 분을 그러고들 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둘을 태워서 택시가 줄지어서 대기하는 오이도역으로 데려다 줬더니, 남편이 인사불성인 자기 부인을 대기 중이던 택시에 어렵게 태우고 나서 무척이나 고마워하였다.

그 그림에서 남편이 아닌 부인의 모습이 바로 내 젊은 시절의 초상이였기에 순간 아찔했다.

그런 고비가 수도 없이 많았을 나를 주님은 누군가를 시켜 그런 위험에서 건져 주셨기에 그날 나는 그 부부를 그렇게 도울 수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껏 나를 구해 주시고 또 나를 그런 도구로 써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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