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파라과이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난도 루고(56) 주교의 직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교황청 소식통을 인용, 교황이 루고 당선자의 직위를 박탈할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당국자는 (주교직 박탈은) 교황의 결심에 달려있다면서 "교황이 시간을 두고 상황을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성직자 수도회 '신언회'(神言會)와 주교 출신인 루고 당선자는 토지 개혁과 빈민 원조를 기치로 내걸고 파라과이 대선에 출마, 41%를 득표해 블랑카 오벨라르(50.여) 후보가 나선 콜로라도당의 61년 장기집권을 종식했다.
루고는 지난 1977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에콰도르에서 5년 동안 선교사 활동을 거쳐 19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주교에 임명됐다.
이후 파라과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산페드로 빈민가에서 주교로 활동하면서 '빈자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빈곤층과 노동자,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그는 2006년 3월 수도 아순시온에서 야당 결성을 주도하면서 전국적 인물로 부상하고 9개월 뒤에 사제직을 전격 사임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성직은 자발적 의지에 따라 받아드리는 평생의 업무"라면서 루고의 사임 수락을 거부하는 대신 루고로 하여금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찬식을 거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교황청은 루고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중남미를 휩쓸었던 해방신학 논리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루고가 당선될 경우 중남미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었다.
루고 당선인은 전국을 떠도는 가난한 농민들과 빈곤층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섰고 작년 정권 교체에 목말라 하는 군소 좌파정당과 사회단체 30여개를 규합해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이라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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