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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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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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1-09-17 ㅣ No.24407

어제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신유박해 순교200주년 성체 현양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어제의 날씨는 우스개 소리로 ’순교정신’이 필요하다고 할만큼

더웠고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는 지금도 어찌 견디었나싶을 지경이었습니다.

난 어제의 대회 자체에 대해서보다 장엄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운동장 좌석을 빈틈없이 메운 사람들이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고,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예정된 순서가 지나고 미사가 끝난 뒤 추기경님께 축하의 꽃다발과 선물

을 드리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날인 9월 15일은 추기경님께서 사제서품을 받으신지 50년이

되시는 날이었고, 올해는 추기경님께서 팔순이 되셨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 축하미사가 있었지만 많은 신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축하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는 설명이 있고 추기경님께서 답사를 하시는

차례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영성체 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추기경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셨지만 사람들의 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언제나 재치있게 말씀을 하시는 추기경님께서 겸연쩍게 웃으시면서 더운

날씨에 더 붙잡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시며 짧게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견고해 보이던 담이 허물어지듯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드러나고

운동장 한가운데 앉아있던 사람들까지 흘러내리듯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어제는 정말 뜨거운 날씨였고, 참석하셨던 많은 분들은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었습니다.

시간은 태양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정오를 넘긴 시간이었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라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의 큰 어른이신 추기경님께

서 말씀을 하시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추기경이라는 지위와 권위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정신적 위안과 어려운 시기에 들려주시는 말씀

이 갖고있는 힘으로 마땅히 갖게되는 존경심 때문입니다.

어제도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중이 길어서 장수하시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분이 우리곁에 계시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은총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똑바로’ 살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잇는 요즘, 웃어른을 공경하는 모습

부터 갖추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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