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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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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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9-11 ㅣ No.5464

9월 11일 목요일 한가위-루가 12장 15-21절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겨울부채>

 

귀성객들을 거슬러 올라오는 길에 생활성서사에서 창사 20주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선물로 보내주신 "겨울부채"란 소책자를 읽게 되었습니다. 키요자와 만시(1863-1945)라는 진종불교(眞宗佛敎) 소속 스님의 글을 모은 책인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진리요 생명의 말씀이었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가르침들이 얼마나 쉬우면서도 명쾌한지, 그리고 얼마나 큰 진리가 그 안에 담겨있는지...

 

"우리의 눈이 밝아져 깨달음에 도달할 때 우리는 이 세상에 싫어하거나 멸시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사랑하고 공경할 만한 것들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모두 제 빛을 내뿜는다. 그렇게 되면 삶은 온통 낙관으로 채워지고 세상은 가장 훌륭한 가능성 자체가 된다.

 

생선을 즐겨먹지만 생선이 없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재물을 즐기되 그 모든 재물이 없어졌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높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 아까워하지 않는다.

 

지식을 탐구하되 남보다 더 안다고 해서 뽐내지 않고 남보다 덜 안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수도 있다. 그러나 산 속에서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것을 경멸하지 않는다.

 

좋은 옷을 입지만 그 옷이 더러워지고 찢어져도 태연하다.

 

우리는 어느 때든지 우리의 육체적 건강을 포함하여 제반 물질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홀로 서는 사람은 언제나 삶과 죽음 사이의 벼랑에 서 있어야 한다.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어떤 음식이나 의복도 허락되는 대로 즐거이 먹고 입을 수 있다."

 

오늘 추석을 맞아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복음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한 평생 죽기살기로 재물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 하느님이나 영적인 생활, 내세나 깨달음 등 보다 본질적인 것들은 철저히 외면해온 한 부자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오늘 하루, 조상들의 삶을 추모하는 하루입니다. 먼저 떠나가신 분들의 삶을 기억하면서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인지를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이 이승을 떠나시면서 지니고 가신 것들은 과연 무엇인지?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 흘러 언젠가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손짓을 하실텐데...그때 우리가 그분께 가져갈 선물은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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