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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 교회의 애완견인가? 감시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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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13-09-12 ㅣ No.94

 

 

 

"신학이 교회의 애완견인가? 감시견인가?"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신학적 응답...감신대 대책모임 토론회 열어

2013년 09월 12일 (목) 11:59:56 고수봉gogo990@hanmail.net

   
▲ 10일 감신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백여명의 신학생들이 참석했다. ⓒ에큐메니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맞아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계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신학대학 내에서도 이에 대한 신학적 해석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서대문에 위치한 감리교신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국정원 사태 감신대 대책 모임’(국정원 감신모임)이 꾸려졌으며, 매주 수요일 점심 백주년기념관 소예배실에서 ‘정의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수요기도회’를 열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 감신모임은 10일 오후5시30분 웨슬리 제1세미나실에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란 주제로 강사들을 초청해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신학적 방향과 시각에 대해 논의했다.

백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강사로 나선 ‘고난함께’ 진광수 목사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하는 국정원이 요즘 매스컴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자체가 국정원이 개혁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진광수 목사. ⓒ에큐메니안
그는 국정원의 부당한 대선 개입은 의혹이 아닌 Fact라면서 “국가기관은 정치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정보 자료를 취급하는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고 전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되는데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이는 여야를 넘어선 민주주의 근본의 문제”라며 정치적 견해를 넘어서 여야가 공동으로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명확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목사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이 밝힌 NLL발언과 이석기 의원 등의 사건도 국정원의 ‘물 타기’에 불과하다며 조사를 통해 합당한 판결을 받으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을 터뜨린 것도 추석을 기해 여론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라고 밝힌 그는 “국정원과 여당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이 문제의 공개와 진상규명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존립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진 목사는 “어떤 권력도 스스로 양보하거나 물러나지 않는다.”며 “권력을 쥐고 있는 새누리당, 권력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깨어있는 시민의 의식, 꺼지지 않는 촛불만이 해결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감신대 심광섭(조직신학), 송순재(기독교교육학), 이정배(종교철학) 교수가 강사로 나서 제자들에게 국정원 사건과 민주주의, 예언자적 영성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심광섭 교수는 “50년 해방 이후 남한에 있어서의 비판세력, 특히 민주주의를 가로 막는 독재를 비판하는 세력을 끊임없이 용공, 종북, 빨갱이로 몰았다.”며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꿈과 노력을 기독교가 먼저 해야 함에도 기독교인이 대통령 시절 오히려 경색되거나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자유하게 했다’는 말은 예수를 믿고 따르는 우리들이 자유를 향한 여정에서만 그리스도를 고백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학생들이 사회 현실에 비판적으로 참여하고 예수를 따르는 진리가 자유로 더욱 구체화되었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 신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심광섭, 이정배, 송순재 교수. ⓒ에큐메니안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송순재 교수는 ‘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은 신자로써의 대답인가?’하는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졌다. 그는 “기독교인의 정치참여 금지의 통설이 한국교회 현장을 지배하고 급기야는 신학생들의 사유 방식도 깊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됐다.”며 신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밝히고자 했다.

그는 교회사에서 일제 강점에 싸웠던 기독교인들을 예로 들며, “몰트만은 하나님 안에서 평등, 약자에 대한 사랑,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공동체로써 교회는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고 인용했다. 이런 토대에서 본다면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교육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정배 교수는 신앙인, 특히 신학생으로서 가져야할 예언자적 영성에 대해 권면했다. 그는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없는 것을 기독교를 이념화, 신화화한 것에 있다고 보았다.”며 “신학이 우리 교회와 현실에서 감시견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애완견 노릇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항의 영성이 없다면 우리는(신학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성육신의 영성은 하나님이 하나님으로 머물지 않고 인간이 되었다는 점인데, 하나님의 성육신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구현된다는 것”이라며 “우리 전통의 예언자적 전통을 보면 유교 학자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왕에게 상소를 올렸다.”고 예언자적 영성을 회복하길 기대했다. 그는 덧붙여 “국정원 사태는 절대 전례로 남기면 안 된다.”며 이에 저항할 것을 당부했다.

모든 강의를 마치고 강사들과 참가자들은 구체적인 고민들과 방향에 대한 토론을 나눴으며, 지속적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집중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일정을 마쳤다.

   
▲ 국정원 감신대 대책 모임은 매주 수요일 점심 기도회를 갖고, 금요일에 열리는 촛불 문화제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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