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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묵주, 다른 손엔 촛불… “평신도의 당연한 의무” (담아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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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주 [jhj5063] 쪽지 캡슐

2013-09-13 ㅣ No.97

교회
한 손엔 묵주, 다른 손엔 촛불… “평신도의 당연한 의무”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기도회 열려…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규명 요구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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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2  14: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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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천주교 평신도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한수진 기자

어둑해진 서울 청계광장 입구, 촛불 사이로 노래 ‘금관의 예수’가 울려 퍼졌다. 천주교 평신도들은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발표에 이어 11일 오후 시국기도회를 열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염원했다. 평신도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행동에 나선 것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기도회는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씨가 사회를 맡아 참가자들의 기도와 발언, 시 낭송 사이에 짧은 찬미가를 부르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주님의 뜻을 실천하라’는 성경 말씀(마태 7,21-23)을 봉독하고 복음 해설을 덧붙였다. 박 부원장은 “평신도의 전문 영역이 이 세상이고, 세상을 복음화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데, 사제나 수도자들을 자꾸 현장으로 불러내는 것은 우리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이를 지키는 것이 오늘의 복음 말씀을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대에 오른 김선실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전 대표는 서명운동을 하러 거리에 나갔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최근 내란죄 사태로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가 잊힐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거리에 나가보니 서명운동에 반가움을 표하면서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했다”며 “위축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학자 김근수 씨도 “천주교 평신도들이 깨어 있어야 한국 사회가 깨어 있을 수 있다”고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평신도 중 예수와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았던 인물로 안중근 의사를 꼽으면서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에 헌신했듯이, 지금의 한국 평신도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평신도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기도회에는 사제와 수도자들도 참석해 평신도들의 시국기도회를 응원했다. 소희숙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는 “종교인은 종교로 돌아가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라 하는데, 이는 성직자 보고 제사를 드리고 복만 빌어주는 박수나 무당이 되라는 말과 같다. 수녀들을 ‘교회의 꽃’이라고 부르는 건 수녀가 인격체임을 무시하고 관상용으로 남으라는 소리”라며 종교인의 사회참여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종일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300여 명이 기도회에 참가해 좁은 인도와 건물 앞 계단을 가득 채웠다.

대학생 윤철호 씨는 기도회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예수님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에 사는 우리가 이 땅을 구원하는 데 협력하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평신도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예수님의 선택도 같았을 거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다른 참가자들의 생각도 윤 씨와 다르지 않았다. 이윤섭 씨는 “신앙과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 둘이 통일되었을 때 참 신앙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신앙의 완성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공지를 보고 왔다는 사라 씨는 “시국선언 참여로 신자로서 하느님에게 부끄러움을 조금 덜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열의가 있는 곳에 성령도 함께하시니, 평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정의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손에 묵주를,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든 기도회 참가자들은 평신도로서의 자부심도 내비쳤다. 회사원 최재영 씨는 “그동안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마련해주신 자리에 참여하다가 평신도들이 주체가 된 기도회에 나오니 솔직히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에서 기도회를 마친 신자들은 소설가 지요하 씨의 인도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한 사람이 묵주기도를 100단씩 바치면,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100만 단을 바치게 된다”면서 “정의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바쳐 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천주교에서는 6월 21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과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부 등 8개 단체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8월 26일 한국 천주교 수도자 4,502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 사제단도 차례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구 사제는 2,165명에 이른다. 평신도 시국선언에는 11일 오전까지 11,637명이 참여했다.

   
▲ 1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평신도 시국기도회는 가수 박준 씨의 노래 공연으로 시작했다. ⓒ한수진 기자

   
▲ 평신도 시국기도회에는 사제와 수도자들도 참석해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했다. ⓒ한수진 기자

   
▲ 평신도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을 출발해 대한문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며 행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평신도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을 출발해 대한문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며 행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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