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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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은사님의...숨겨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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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2-04-11 ㅣ No.31937

 

 

살롬~~ 벗들에게!

 

혹시 이 글을 잠시 보셨더라도

 

내용이 덧붙여졌으니 다시한번 읽어주신다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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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꽃바람이 콧끝에 생긋한 어느날 아침,

 

전 성당 사무실에 잠시 들려 바삐 일을 보고

개나리꽃 만발한 성당길을 총총히 내려오다

 

제가 중학교 시절,

 

우리들이 "엄마 선생님"이라고 즐겨 불렀던

 

옛 은사님이셨던 가정 선생님을 만나뵈었답니다.

 

그 전에 한번 미사 전례를 하시는 옛 은사님을

 

중학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성당에서 우연히 뵙고

 

한번쯤 만나뵙고 싶었는데 그 날 아침,

 

성당에 오시는 옛 은사님을 만나뵌거지요.

....물론 선생님은 저를 기억하시지 못하실터이지만

 

사월의 꽃바람에 당신의 은빛 머리결을 휘날리시며

 

총총히 미사전례를 위해 바삐 오시는

 

나의 옛 엄마 선생님을 멀리서 뵙는 순간

 

전 얼마나 가슴 뭉클함을 느꼈는지 모른답니다.

 

흔히 여자 제자들은 옛 은사님을 뵈면 달아나버린다고 하지만

 

우리가 엄마 선생님이라고 부를만큼 엄마처럼

 

친근하시고 자상하셨던 이 옛 은사님을

어찌 그냥 스쳐 지나가버릴 수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중학교 시절 저희 학교 가정 선생님이셨어요 "

 

지난번 미사중에 한번 뵈었답니다.

 

지금 성당에 가시나 보네요."

 

" 오, 그래...."

 

금새 선생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저를 알아오신 것처럼

 

아무런 어색함이나 스스럼없이 반갑게 미소를 지으시며

 

제 손을 따스하게 꼬옥 잡아쥐셨어요.

선생님의 손....!

 

사월의 꽃샘 추위에 조금은 시려워진 제 손을 꼭 감싸안으시는

 

선생님의 주름진 손에 느껴지는 그 따스한 온기가

 

금새 봄빛처럼 제 마음 가득 번져옴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제 손을 꼬옥 부여잡으신 채,

 

제게 존대어로 이 부근에서 사는지,

 

또 이 성당에 나오는지를 잠시 여쭈어보시더군요.

 

세상 어느 누가 당신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리도 스스럼없이 다정하게 제 손을 부여 잡으시며

 

말을 건네오실 수 있을까요?

사월의 봄빛 속에

 

몇가닥의 은빛 머리결들을 곱게 빗어 뒤로 넘기신...

 

여전히 다정하시고 엄마 같으신 옛 은사님의 얼굴은

 

무척 밝으시고 자애로워보이셨어요.

 

’ 아, 나의 선생님은 참으로 마음 곱게 살아오셨구나....!

 

나도 그녀처럼 이리 고운 얼굴로 나이들어갈 수 있을까?

 

곱게 살아온 여인의 얼굴은 얼마나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아, 나도 엄마 선생님처럼

 

은은한 백합화 향 지닌 여인으로 아름답게 나이들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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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생님....

우리가 중학교 시절,

 

우리 또래의 자녀들을 두셨던 선생님은

 

학과 공부보다도 우리에게 인성 교육을 많이 시키셨던,

 

그래서 꼭 엄마 잔소리 같은 꾸지람과 야단도 자주 치셨지만

 

늘 엄마의 자상하시고 섬세한 손길로

 

사춘기 우리 소녀들의 고민들과 관심거리들에

 

많은 배려와 조언을 해주셨던 말 그대로

 

우리들의 "엄마 선생님"이셨어요.

 

그 땐 상당히 글래머이셨던 선생님은

 

주말의 명화극장을 즐겨 보시는 매우 감성적인(?) 선생님으로

 

우리들에게 좋은 명화 이야기와 명작 소설 이야기등도

수업시간 틈틈히 자주해 주시며

 

명작 소설과 명화를 자주 볼 수 있도록 권해주셨답니다.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나 화요일 쯤, 가정 시간이 되면

 

선생님은 지난 주말 감명깊게 보셨던 명화 이야기를 하시며

 

소녀처럼 눈물도 글썽이시고 감격해 하시곤 하셨죠.

 

얼굴에 검은깨도 총 총 박히시고,

 

우리 또래의 자녀들도 두시고,

또 상당한 글레머이셨던 선생님이

 

사춘기 소녀들 앞에서

 

눈가에 촉촉히 눈물 글썽이는 모습들에

 

우리 사춘기 소녀들은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지요..

 

그래서 선생님께 느끼는 친근감이 깊었었고

 

함께 요리 실습이나 가정 실습을 할 땐

 

꼭 집에 계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들 같았어요.

 

선생님의 끊임없는...사랑어린 잔소리들과 꾸지람, 칭찬들.

 

정말 사춘기 소녀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남자 선생님들인

 

도시마을 총각 선생님들의 인기를 누르시고

우리에겐 인기 짱 이셨던 엄마 선생님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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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많이 흘러 이젠 정년퇴임도 하셨고

 

당신 삶의 나머지 시간들을 성당 봉사에 또 열심하신

 

옛 엄마 선생님의 얼굴엔

 

지나간 세월 참으로 마음 곱게 살아오신 흔적들이

 

당신의 환한 얼굴 곳곳에 은은한 백합향처럼 배어있었어요.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향을 담은 조용하고도 영성적인 분위기들!

 

.....문득 선생님은 더 이상 글레머도 아니시고,

 

우리들의 엄마 선생님도 아니시지만

 

당신 인생의 모든 순간 어린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묻고 살아오신 당신의 천진한 미소속에서

 

전 여전히 그녀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그녀의 "사랑받는 제자"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답니다.

 

여전히 제 손을 꼬옥 잡으신 채

 

나중에 성당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어여 바삐 가라고 등 토닥여 주시며 뒤돌아 보시는

 

나의 옛 "엄마 선생님."

 

꼭 오랫만에 만나뵌 친정 어머니의 포근한 그늘처럼

 

많은 세월의 뒤안길에서도 여전히 따스한 온기로

 

저를 반가히 맞아주시는 옛 은사님을 뵙고 돌아오는 성당길엔

노오란 개나리꽃들이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어요.

 

그 개나리 꽃망울 하나 하나엔,

 

방금 만나뵌 엄마 선생님의~~

 

푸근 푸근하고도 따스한 미소들이 하나 가득 담겨있었구요.

 

아, 나의 엄마 선생님...

나리~나리~~개나리~~ 개나리꽃 나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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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광주교구 신자이신

 

나의 사랑~♡개나리꽃 엄마 선생님께 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광주교구 게시판과 따뜻한 이야기 코너에

 

올렸는데요, 선생님께서 보시고선 부끄러우시다고

 

제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셔서 따뜻한 이야기 코너에선

 

할 수 없이 제가 이 글을 삭제했었답니다.

 

그런데요....

 

지난 일요일 성당에서 선생님에 대한 또 다른 소식(?)을

 

극비밀리에(?) 듣고 무척 감동받아(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요)

제 은사님의 숨은 비밀들을 자랑하고 싶어

 

게시판에 다시 한번 올려드립니다.

 

선생님은 정년 퇴임 하신후에도

 

가정과 학교에서 문제가 있는

 

약물 중독, 폭력, 도벽등에 빠진 상처받은

 

우리들의 청소년들이 있는 곳을

당신이 일일이 찿아 다니시고, 편지도 보내시며

 

매우 헌신적이고도 희생적인 뒷바라지를

 

몰래 몰래 하시면서요.......또한,

 

당신의 퇴직금으론

 

불우한 소년 소녀 가장들이

좌절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조용히 도우시고 계시답니다.^^

 

제가 "선생님의 숨은 비밀들"을 이리 몰래 누설해도 되는지...

 

한편으론 송구스러우면서

 

전 저의 개나리꽃 엄마 선생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행복한 소피아!

 

전 선생님의 얼굴이 왜그리도 봄빛속에 고우셨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우리들의 기억 어느 한편에

 

다정한 엄마 선생님으로 남아계신

  개나리꽃 선생님은

 

정말이지 영원한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엄마 선생님"~!이세요.

 

어쩜...우리 교회는, 아니 우리 세상은

 

바로 개나리꽃 엄마 선생님과 같은

 

보이지 않는 숨은꽃들이 있어

 

지금 이 순간 제 자신이 변화 되어지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성화 되어지고,

.....더 좋은 교회, ....더 좋은 세상으로

 

조용 조용 변화되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나중에 꼭 개나리꽃 엄마 선생님처럼

 

세상의 숨은꽃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 사랑해요....건강하세요!

 

개나리꽃 엄마 선생님의 은혜에 깊은 감사드리며....

 

사월 어느날,

제자 소피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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