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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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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1-04-19 ㅣ No.63795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4월 19일 성주간 화요일
 

 
"Master, who is it?"
(Jn.13.25) 
 
 
제1독서 이사야 49,1-6
복음 요한 13,21ㄴ-33.36-38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물건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제게 꼭 필요한 것이고, 사용하기에 무척이나 편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구매를 한 지 이틀 만에 물건이 왔습니다. 예상대로 이 물건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꼼꼼하게 물건을 살펴보던 중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전선이 벗겨져 있어서 잘못하다가는 단선이 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한 물건인데 또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불량품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요.

저는 나쁜 기분을 안고서 전화를 걸어서 강력하게(제 입장에서는 강력했다고 생각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항의를 했습니다. 또 그렇게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뭐라 하지 않고 교체해 줄 것 같았지요. 하지만 저의 예상과는 달리, 그 업체에서는 전화를 건 제가 더 미안할 정도로 연신 사과를 하면서 곧바로 교체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전화를 걸고 난 뒤, 후회가 되었습니다. 강력하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는데, 저의 기분 나쁜 감정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요. 그러면서 문득 ‘내 자신도 불량품인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자신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문제 있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배 나왔지, 많이 먹지, 게으름 피우지, 청소 잘 안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많지, 성격도 나쁘지, 그렇다고 주님 말씀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내 자신은 불량품입니다. 이러한 불량품이 감히 남들에게 뭐라고 합니다. 마치 내 자신이 완벽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남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너무나도 결점이 많은 불량품 그 자체인 저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불량스러운 그 부분까지도 당신의 따뜻한 사랑으로 안아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의 죽음을 당하시기 전, 이미 누가 자신을 팔아넘길지를 또한 사랑하는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랑을 주었던 제자들 중의 으뜸인 베드로가 세 번이나 자신을 모른다고 말한다는 것 역시 모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상의 죽음에 다다르기 전에, 왜 제자들을 꾸짖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유다가 당신을 팔아넘기지 못하도록 설득하지 않았을까요?

제자들 역시 불량품이었습니다. 당신이 직접 뽑으셨지만, 오히려 결점이 많은 사람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믿어주시고 끝까지 사랑을 주십니다. 불량품이라고 해서 제거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시고, 감싸주고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사랑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 사랑으로 나의 이웃들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그들의 결점을 비판하기 보다는, 그들의 결점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간 사람들이다.(막심 고리키)




성지가지
 

 

제 사무실 십자가 뒤로 새롭게 걸린 성지가지.

지난주일, 동창신부가 있는 심곡본동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로 이제 성주간이 시작되는데, 혼자서 미사하기가 싫어 동창신부에게 미사 한 대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요.

긴 수난 복음을 읽으며, 참으로 많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하실 때에는 사람들이 성지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쳤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게 되자, ‘호산나’를 외쳤던 그 많은 사람들이 180도 바뀌어 욕을 하며 침을 뱉고 발로 차며 예수님을 모욕합니다.

우리도 성지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호할 때가 많았지요. 내게 좋은 일이 있을 때, 내가 편한 일이 있을 때, 그러나 어렵고 힘든 고통의 순간이 찾아오면 180도 바뀌어 감히 주님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성지가지를 흔들며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내게 좋은 일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주님을 따를 때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Rain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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