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미국을 싫어 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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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lkj0550] 쪽지 캡슐

2012-06-13 ㅣ No.963

토론방에 제주해군기지가 미해군기지라는 내용까지 올라오고 있는데
그런 글을 올린 의도야 어떻든 은근히 반정부 반미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현 정부와 미국이 사실대로 말하면 난리칠 것이 두려워 속이고 있다는 말 아닌가?
나는 이명박 정부가 그처럼 국민을 속일 수 있는 결단력과 뱃장이 있다고 보는 그것이 더 놀랍다.
 


요즘의 어떤 사람들처럼 증오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젊은 시절에는 미국을 미워하고 싫어 했다.
거대한 초강대국에 전 세계의 대표적인 민주국가이면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치사한 짓이 얄미웠고
우리나라가 저그들 식민지인 듯이 내정 간섭하는 짓도 우리를 얕보고 깔보고 무시하는 짓이었다.
 

나도 그런 일을 알기 전에는 6.25를 승리로 이끌어 공산화를 막아준 미국을 고맙게만 생각했었는데 
해군에 입대하여 구축함에 승선해보니 무기와 장비들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형편없었다.
함체 내외부 곳곳이 꿰맨 헌옷처럼 땜질 투성이고 굵어야 할 계류색도 닳아서 곧 끊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5인치 주포는 반질반질해 좀 나아보였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실은 츨입금지라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두 척뿐인 구축함이 그 모양이고 그나마 정비하느라 출동을 많이 못한다고 했다.
그 당시 해군함정 모두가 제2차대전 후에 퇴역한 미국 함정을 불하받은 낡은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군함이라 할 수도 없는 폐함시켜야 할 고철을 우리에게 비싸게 팔았다 하고
게다가 무엇을 정비했는지 엄청난 수리비를 주고 끌어왔다는 말을 듣고 몹씨 마음이 상했다.
60년 대 중반 우리 형편이 얼마나 어려울 때인데 6.25 때 도와줬어도 그렇지 그럴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후에 해군본부에서 복무할 때 모 제독에게 들은 말은 더 큰 충격이었다.
미국에게 우리는 안방도 없고 다락방도 없고 심지어 금고도 열어라 하면 열어야 한다는데
얼마나 설쳐대며 들쑤시고 다니는지 한마디로 미국한테는 비밀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미군이 아가씨들에게 이상한 짓을 하면 욕을 퍼부었고 몇 번은 싸우기도 했다.
나라도 체격도 크고 부자인 놈들이 우리가 못산다고 얕보고 깔보는 짓이 왜 그렇게 밉고 싫었던가.
혈기왕성한 한창 때였고 치사하고 구질질하거나 무시하는 짓을 가장 싫어 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랬는데 월남전에 참전한 친구들이 월남인들을 야만인이라며 얕보고 깔보는 것을 보고
못사는 우리 눈에 월남인들이 그렇게 보였으면 미군들 눈에는 우리가 얼마나 하찮게 보였겠는가?
그리고 북한의 무력도발을 수없이 목도하면서 안보와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80년 대부터 형편이 크게 좋아져 국방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조건과 여건을 갖추었어도
자체 개발 생산을 미국이 못하게 하면서 저그들 무기를 비싸게 팔아 먹는 짓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불만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오늘의 발전이 사실상 미국의 도움 때문이니 어쩌겠는가?
 


이처럼 나도 젊은 시절에는 반미였다가 바꾸었지만 요즘 반미인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 확실한 한가지는
미국의 중요성을 모르던가 인정하길 거부하는 데 있고 그 이유는 안보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를 걱정하면서 미국도 싫고 주한미군도 철수하라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북정권과 평화롭게 지낼 자신 있으면 안보걱정 안 해도 되고 미국을 미워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종북 아니면 절대 통하지 않는 북정권과 잘 지낼 수 있는 묘책은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제주기지를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고 우기듯이 그게 왜 종북이냐 우기는 건 억지지 묘책 아니다.
 

안보와 미국의 중요성 두가지는 묶어서 한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의 문제이며
현재 처해 있는 안보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절대로 미국을 싫어 하면 안 되게 돼 있다.
한반도에 상존하는 전쟁을 막고 평화 유지를 위해선 오히려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
 

미국과 미군의 횡포랄까 억지는 지금도 없지 않지만 내 젊었을 때는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래도 국민 대부분이 미국과 미군을 욕하지 않은 것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렸고
그 지긋지긋한 북한의 무력도발에서 안전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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