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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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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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12-25 ㅣ No.6172

12월 25일 목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루가 2장 1-14절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방 있어요>

 

성탄을 맞이할 때마다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가 떠오릅니다. 어느 한 시골 본당에서 있었던 중고등부 학생들의 성탄제때의 일이었지요. 피날레를 장식할 성극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연극의 배경은 마리아가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낳기 전에 요셉과 함께 따뜻한 방이라도 하나 잡아보려고 이곳 저곳 여인숙을 기웃거리던 광경이었습니다.

    

여관주인을 맡은 아이는 유난히 어린 친구였는데, 그에게 맡겨진 대사는 오직 한마디였습니다. 요셉이 여관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고 나갑니다. 그러면 요셉이 묻습니다. "혹시 머물 방이 있습니까?" 그때 여관주인이 해야할 말은 오직 한 마디 "방 없어요!"였습니다.

    

단 한마디 대사였지만 여관주인 배역을 맡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모든 준비와 최종 리허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습니다.

    

드디어 연극의 막이 올랐고, 여관주인이 활약할 순간이 왔습니다. 마리아를 부축하고 나타난 요셉이 여관 문을 두드렸습니다. 여관주인은 침착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윽고 요셉이 묻습니다. "혹시 머물 방이 있습니까?" 드디어 여관주인 역할을 맡은 아이가 그간 쌓아온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여관주인에게 쏠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순간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다들 걱정했었는데, 머뭇거리던 여관주인은 꽤 오랜 시간 대사를 잃어버린 듯 아무 말도 않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초조한 순간이 지나고 마침내 여관 주인이 드디어 입을 떼었는데, 이 일을 어쩝니까? 각본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요셉, 걱정하지 마세요. 방 있어요!"

    

연극부원들은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각본대로라면 "방 없어요"이고, 이어서 요셉이 "그래요? 어쩔 수 없지요. 감사합니다. 다른 곳을 찾아보지요"하고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었는데, 여관주인이 각본과는 정 반대로 "방 있어요"라고 대답했으니 연극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답니다.

    

참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구세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인간 세상에 들어오시려는데, 다들 방 없다고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갑자기 대사까지 바꾸어서 "방 있어요"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방 있어요"라고 했던 여관주인의 대답, 오늘 성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거룩한 밤 아기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가정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다시 한번 태어나시려고 우리의 대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들 "방 없어요"하고 외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야박하게도 문전박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있다시피 성탄의 핵심 의미는 겸손입니다. 자기낮춤이자 자기 버림, 자기 비움입니다. 오늘 밤, 그 크신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위해서 극도로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겸손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겸손의 극치였습니다. 딱 한 사람 예수님께서 자신을 낮추심으로 인해 이 세상 모든 인류가 구원받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밤이며 감사 드려야 할 밤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함께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그저 말없이 오래오래 그분을 바라보고,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자신을 한번 낮추고 비움을 통해, 이웃을 살리고, 우리 자신을 한번 죽임을 통해 공동체를 살리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성탄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축복과 평화가 일년 내내 여러분들 가정에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행복한 성탄절 보내십시오.

 

<알립니다>

 

1. 살레시오 청소년 송년 기도의 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2003년 12월 31일 오후 10시-2004년 1월 1일 오전 5시

장소: 신월동 살레시오 교육회관(오후 9시부터 5호선 까치산역 2번 출구에서 차량대기)

내용: 기도와 찬미, 화해성사, 새벽신년미사로 성화된 연말연시를

회비: 5000원

참가대상: 중고교생 및 대학생, 교리교사, 그리고 청소년을 동반한 부모

문의: 831-3068, 011-9182-3217 김상윤 베드로 신부

 

2. 서울소년원 단기봉사자 모집

일시: 2004년 1월 12일(월)-15일(목)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

출발 장소: 영등포구 대림동 수도원에서 매일 오전 9시 출발

내용: 소년원생 겨울 신앙학교 운영보조(청소년들과 한 팀을 이루며 봉사)

참가대상: 불우한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20세 이상 남녀

문의: 백광현 마르첼로 신부(011-9923-5026), 이세바 수사(02-831-3068)

*자원봉사활동증명 발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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