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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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예로운 강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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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2-05 ㅣ No.6419

2월 6일 금요일 성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마르코 6장 14-29절

 

"바로 요한이다. 내가 목을 벤 요한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가장 영예로운 강론대>

 

어제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에 이어 오늘 교회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순교자들인 성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564년 일본에서 태어난 바오로 미끼는 예수회에 입회하여 열심히 복음 선포에 매진하다가 1597년 종교박해의 와중에 동료 25명과 함께 나가사키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지는 순교의 영광을 입으셨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땅위에 세워진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의 주변에는 많은 비신자들과 구경꾼들이 둘러서 있었습니다. 그 순간 바오로 미끼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이 아니라 자랑스러움과 영예로움이었습니다. 당시 바오로 미끼는 자신이 지금까지 서보았던 강론대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강론대에 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미끼는 자신의 십자가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향해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일본인이자 예수회원입니다. 저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해 죽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게 부여하신 순교의 특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강론을 끝맺었습니다.

 

"이제 이 순간을 맞아 제가 진리를 배반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언합니다. 그리스도의 길 외에는 다른 구원의 길이 없습니다. 이 길이 제 원수들과 제게 폭력을 가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제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왕을 비롯하여 제게 사형을 집행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기꺼이 용서하고,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으라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강론을 마친 바오로 미끼는 주변에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십자가형에 처해진 동료들을 격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순간 고통과 번뇌로 가득 찼던 동료들의 일그러진 얼굴들이 기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죽어가면서도 예수, 마리아, 요셉을 외치며, 서로 서로를 격려하고, 주변에 둘러선 구경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회개하라고 선포한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의 신앙이 무척이나 우러러 보입니다.

 

모진 고문과 십자가 형벌의 혹독함 앞에서도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달릴 곳을 달린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의 신앙이 오늘날 나약한 우리들의 신앙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점화봉이 되길 청해봅니다.

 

언젠가 일간 신문에 게재된 바 있는 삼성생명의 광고 글이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 자장면을 사준 사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

아파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 가독들 걱정할까 내색도 안하는 사람,

크리스마스 때 산타였던 사람, 작은 약속도 지키는 사람,

힘들다는 말을 안 하는 사람, 가장 늦게야 집에 돌아오는 사람,

자식이 보낸 편지를 간직하는 사람, 그 편지를 백번씩 읽어보는 사람,

딸이 팔짱 낄 때 행복했던 사람, 사위에게 부탁하며 눈물짓던 사람,

속에 없는 말은 잘못하는 사람, 그래서 가끔은 손해 보는 사람,

말 한마디로 용기를 심어주는 사람, 언제나 뒤에서 응원을 해주는 사람,

세상에 단 한명뿐인 사람,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빠입니다

 

지금 이 시대, 또 다른 순교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못할 사정들을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은 수 없는 이 땅의 가장들, 가슴속에 쌓인 숱한 고민들을 그저 홀로 다 떠안고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시는 분들, 또 다른 순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안팎으로 다가오는 그 많은 스트레스들과 여기저기서 치고 들어오는 태클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자신의 목숨을 소진시켜나가는 우리의 아버지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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