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강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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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3-09-05 ㅣ No.2697

하느님 창조사업의 완성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93일 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학자 기념일

주례 : 김성환 신부님, 나눔 : 오안나

92일인 어제, 오전11시 이곳에서는 강정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었지만 평화센터 옆 작은 사무실에서는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창립식과 축하잔치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행사를 치룰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는데, 그 이유는 마을 주민들이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그때라 부득이 같은 시간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강정평화협동조합은 지난 6월 주민과 지킴이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열고89일 제주도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법인등기를 마쳐 합법적인 협동조합이 되었으나, 3년 전부터 강정평화상단 이라는 이름으로 강정마을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었습니다.

2010년 가을 해군기지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을 다녀온 문정현신부와 평화바람은 너무나 힘든 여건 속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육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제주도에서 나는 특산품을 팔아 후원을 하자고 해서 평화상단이라 그럴듯한 이름을 하나 지어 문정현신부님을  대행수라 부르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평생 벌기보다 쓰기만 해 온 우리들이 무슨 수로 돈을 벌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 이름도 유명한 문정현신부님의 이름과 얼굴 하나 믿고 말이 상단이지 보따리장수를 시작한 것입니다. 한 겨울 갈치, 고등어를 들고 서울, 인천, 광주, 군산, 전주 등 본당에 가서 팔았습니다. 그해 마침 갈치가 대풍이라 싼값으로 판매가 되어 엄청 갈치를 팔았는데 갈치의 반짝반짝한 은빛에 눈이 부셔 눈이 멀 정도로 …….

천삼백원만을 모아 마을에 후원금을 전달했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강정마을 차원에서 온라인과 인터넷을 통해 평화상단을 운영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난 7년간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단지 강정주민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강정이 고립된 섬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전국에서 이어지는 후원과 모금, 다양한 분들의 연대와 지지는 강정마을을 지켜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강정평화상단을 통해 물품을 구입해주셨던 많은 분들의 성원은 오늘까지 투쟁이 이어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멀리 강원도부터 밀려드는 주문은 전국에서 몰려들었습니다. 매일같이 텔레비전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알음알음 전화와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물품을 구매해 주셨던 분들명절이면 전화해 선물용 상품을 찾는 분들. 택배비 아껴서 후원금으로 쓰라며 동네분들에게 배달해 주셨던 분들. 육지에서 판매하는 날이면 어디든 달려 나와 열심히 판매 해 주신 분들…….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밥상위에 평화를 올리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단지 물건을 사는 것 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강정을 위해 연대 해 온 것입니다. 이렇게 맺어진 전국적인 연대의 넝쿨은 농촌에서 도시로 또 섬에서 마을로 연결됐습니다.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마을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 됐습니다. 특히 강정을 생명평화마을로 만들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참여하고 사람들과 연대 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또 국가권력에 의한 강정마을 후원계좌 탄압 사건을 지켜보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육지와 맺어진 연대의 넝쿨인 강정평화상단을 좀 더 안정적인 구조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때마침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도 협동조합을 준비를 서둘러 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강연도 듣고 전문가들을 섭외해 토론하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강정의 주 생산품인 귤과 한라봉은 워낙 뛰어난 맛 때문에 이미 안정된 판로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협동조합을 통해 마을의 투쟁을 지원할 만큼 이익이 생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과연 잘 될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 함께 투쟁해 온 지킴이와 주민들간의 신뢰 관계 속에서 30여명의 조합원을 시작으로 강정평화상단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었고, 공식적인 협동조합체계를 갖추어 92일 축하잔치를 한 것입니다.

‘92 우리는 이날을 잊지 못합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육지 경찰을 동원해 구럼비로 향하는 모든 길에 팬스를 치고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24.3 이었습니다. 주민과 도민, 지킴이 수십명이 연행되고 마을엔 비명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맨몸으로 저항했던 우리들은 그날의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강정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전국의 시민들, 제주 도민들의 발길은 더욱 들불처럼 번져 나갔습니다. 강정에 오지 못하는 분들은 마음이라도 보태는 심정으로 평화상단의 물건을 주문해 투쟁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셨습니다. 그 연대의 힘으로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는 국방부와 삼성, 대림에 끝까지 저항하며 오늘날까지 마을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해군기지 투쟁은 이제 끝난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합니다. 이제는 너무 늦은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해군기지 백지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해군기지와 함께 강정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해도 생명평화 강정마을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우리들의 마음은 7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강정이 생명평화의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마을주민과 지킴이가 힘을 모아 그 기틀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저희들이 만들어가려는 협동조합은 이익을 내는 것이 첫째 목표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정의 투쟁을 통해 이어진 육지와 마을간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을 통해 강정마을로 이주해 살아가는 지킴이들과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동 노동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지킴이들이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생산을 하고 지킴이들은 마을 주민들과 협동 노동을 통해 자신들의 재능을 살리면서 생명평화마을을 지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나가자고 합니다. 후원을 통한 방식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협동 노동을 통해 생명평화마을을 만드는 협동의 발판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주지역 농민들과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제 값을 주고 육지의 소비자들에게는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할 것입니다.

저는 평화는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이 없으면 이세상의 재화를 생산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92일이 구럼비를 빼앗긴 아픔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새롭게 협동조합을 만들어 생명평화마을의 기틀을 마련한 보람된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앞으로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생명평화 강정마을을 함께 일궈나갑시다. 그리고 2013년 추석 상품이 나와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것을 알려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자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간직하며

강정 생명평화 미사 

월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 화요일 ~일요일 오전 11

강정의 평화를 위한 기도 매일 12시 부터 12시 30분 사이

강정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와 강정아를 봉헌 합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기도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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