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언론의 야합, 어용매체의 조폭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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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bagilhan] 쪽지 캡슐

2013-09-07 ㅣ No.65

[고승우 칼럼]권력과 언론의 야합,

어용매체의 조폭적 행태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입력 2013-09-06 11:19:12l수정 2013-09-06 15:56:42
21세기 이른바 민주주의 정치의 특징은 ‘선전, 홍보로 정치 또는 통치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 독재정권이 총과 칼로 통치하던 방식이 바뀐 것이다.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선전과 홍보로 통치한다는 것은 정치가 대중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일본 등은 물론 한국의 정치권력이 선전과 홍보 수법으로 정치를 하거나 통치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공식매체, 특히 주류 언론 매체들이 정권의 하부 기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 침공과 같은 제국주의적 폭거에 대해 정색을 하고 정권에 도전하는 주류 매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의 선전 홍보 기구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 언론은 언제나 미국 정부의 편을 들면서 북한을 적대시 하고 공격한다. 일본 언론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2차 대전 당시 일제의 전쟁 범죄 등에 대해 눈을 감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통합진보당이 연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반대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오병윤 원내대표와 의원단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정원과 ‘한통속’ 된 언론

최근 한국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과 ‘내란 음모 사건’을 통해 정권과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선전과 홍보전이 난무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권언유착은 조중동과 종편채널이 단연 선두 주자가 되어 있고 이들 매체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권의 선전과 홍보전이 자행되고 있다.

한국의 집권층이 대중매체를 앞세워 자행하고 있는 선전, 홍보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정권에 불리한 정보는 철저히 외면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도 기능’을 정지시키는 보도 통제이다. 두 번째는 정권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정보는 홍수처럼 쏟아내는 것이다.

선전, 홍보의 목적은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중이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이른바 대중 세뇌, 대중 조작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SNS 시대에 특정 정보의 전파, 확산을 완벽히 차단하거나 왜곡, 날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묘한 수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정권은 특정 사안에 대해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유도하기 위해 보도 억제 또는 활성화를 통한 선전 홍보 전략을 수행한다.

특정 정보의 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보도 억제 또는 통제는, 언론의 보도 기능을 최대한 약화시킴으로써 대중에게 그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오판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보도 억제는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한 촛불 집회와 시국 선언을 대부분의 언론이 철저히 보도치 않는 것에서 확인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촛불과 시국선언에 대해 전혀 언급치 않고 어용언론들도 마치 타율적 지침을 받은 것인 양 일제히 침묵한다. 단, 지상파 TV 등이 마지못해 보도할 경우 여야 간 정쟁이나 진보와 보수 집단의 맞불집회라는 틀 속에 가둬 기본적인 정보의 확산을 차단하면서 이 사태가 여야 또는 진보와 보수의 다툼에 불과한 것으로 오인케 만들려 시도한다.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은 국헌을 문란케 한 중대 범죄로 민주주의와 공정선거의 파괴를 의미한다. 언론은 이 사태에 대해 국민 주권,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 회복 차원에서 제 4부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사회의 소금이자, 파수꾼이어야 한다는 언론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정치권력과 대중매체의 야합, 조폭적 행태

박근혜 정권이 택하고 있는 두 번째 선전 홍보 전략은 정권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정보는 홍수처럼 쏟아내는 것이다.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보도의 경우가 그것이다. 지상파 TV, 종편채널 등은 근거 없는 ‘카더라’식의 기사도 작문하는 등 홍수처럼 관련 보도를 양산한다. 일부 종편은 이 의원이 수원 경찰서에서 첫 날 먹은 아침 식사의 반찬이 몇 가지라고 까지 보도했다.

국정원은 국내 언론사들의 출혈 과당 경쟁 사정을 익히 알고 그 약점을 교묘히 악용한다. 즉 기사에 목말라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국정원이 작성한 정보를 흘려주는 방식으로 진보당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수법을 쓰고 있다. 언론을 상대로 공작 정치를 하는 식이다.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어느 정부 기관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대국민 발표를 하지 않았고 관련 모든 정보는 언론에 의해 유포됐다. 언론이 국정원의 앞잡이가 되어 청와대의 선전 홍보전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석기 의원 강제구인 항의하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강제 구인되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이석기 의원의 구인을 항의해 몸싸움이 일어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은 진보당에 대한 여론을 최대한 악화시키는 정보를 양산한 뒤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마자 국정원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이 의원을 구인했다 이 또한 대중 조작의 한 과정으로 국정원이 향후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몰고 갈지를 짐작케 한다.

국정원은 대선 불법 개입 사건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리자 NLL 대화록 불법공개에 이어 내란음모 사건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 홍보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국정원이 대중매체를 악용하고, 대중매체가 국민에 대해 진실을 알릴 의무를 외면하는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어용매체들은 아직 사법적 판단 작업의 초기 단계인데도 진보당의 ‘해산론’을 거론하고 국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31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색깔 공세를 펴고 있다.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법적 판단을 아우르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권은 이에 대해 모범 답안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향후 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최상의 승리 포석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진보당을 공중분해하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식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의 민주주의에 그칠 뿐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치권력과 대중매체의 야합, 조폭적 행태가 지속되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은 불가능할 것으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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