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민언론선정] 이 달(99.4)의 나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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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7-15 ㅣ No.11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방송분과 선정 -  이 달의  나쁜 방송(99년 4월)

 

   나쁜 방송 :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SBS 토 밤 9:50∼10:50)

 

참신한 기획? 따져보니 모방과 고정관념으로 얼룩

 

방송프로그램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재가 바로 '사랑, 연애'와 같은 남녀 문제다. 그래서인지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남녀문제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때 이런 '남녀관계'를 어떻게 접근하고 다뤘느냐에 따라 "좋은 방송"과 "나쁜 방송"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말하자면 '사적인' 성격이 강한 남녀문제의 본질이 방송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얼마나 잘 보호받느냐에 따라 그렇다. 허구성이 허용되는 드라마가 아닌 바에야 이러한 점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휘재.남희석의 멋진 만남>은 남녀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내용이 가벼움 일색으로 비판받는 프로그램이다. 또 최근 비판받고 있는 방송의 '관음증'이 총 망라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색커플을 통한 웃음유발이나 남성 진행자가 여성시청자를 주도하는 데이트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태도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3가지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해석남녀'는 특수한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실험한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실험'과 '몰래카메라'는 같은 방송사의 '기본좋은 밤'이라는 프로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그 내용도 비슷하다. 이미 사생활 침해와 인권침해의 차원에서 비판받고 있는 방식을 시청률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재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코너인 '뒤바뀐 남과 여'는 기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는 커플, 이색커플 등을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인상이 무서운 남자와 매우 예쁜 여자, 뚱뚱한 남자와 마른 여자, 약한 남자와 무술 유단자인 여자 등이 그 출연대상이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고정관념을 평가 잣대로 들이대고 있다. 즉 이 커플들의 교제를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에 의한 잣대를 적용, '특이하다'는 점을 우스꽝스럽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동시에 출연자를 희화화시켰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결국 출연한 '이색 커플'은 통념에 젖은 일반인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웃음거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묘사될 뿐이었다.

마지막 코너인 '못 말리는 데이트'는 도무지 정체성을 알기 어렵다. 진행자이자 연예인인 남희석, 이휘재씨와 일반 여성시청자가 낮과 밤으로 나누어 데이트를 즐긴다. 이후 스튜디오에서 여성은 두 진행자 중 한 명을 선택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고 춤을 춰야 한다. 기획의도가 '데이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 코너는 그러나 데이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데이트 내내 여성을, 시청자를 주도하는 남성과 연예인이 있을 뿐이다.

사실 이러한 코너는 사적인 영역이자 다각적인 이해관계와 세밀함이 필요로한 남녀관계를 안방 시청자를 등에 업은 카메라가 훔쳐보며 공개화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뿐만 아니라 이러한 형식도 관음증에 빠진 최근 방송계의 한 단면이다.

또 시종일관 남성이 데이트를 주도하는 것도 철저히 여성과 남성의 고정적인 성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스타 남성과 평범한 시청자 여성'이라는 구도와 잘 어루러져 능동성과 수동성의 사이를 더욱 벌려놓고 있다.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내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들에게는 유머와 매너가 넘치며 리더십이 있는 남성이 이상적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이는 남성 입장에서 볼때 여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소양'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여성출연자를 공주처럼 모시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휘재·남희석의 멋진 만남>이 '남녀관계'라는 주제에 대해 시청률과 재미로는 포장되었을지 모르지만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 자사 프로를 모방한 듯한 몰래카메라와 실험 기법 등 따지고 보면 참신한 기획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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