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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성지에 지각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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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성지에 지각하다니!
노란 개나리꽃이 파란 잎사귀에 자리를 내주는 듯, 개나리 나무의 노랑바탕에 초록물감이 번져 나갑니다. 화사하게 피었던 목련꽃들은 여름을 재촉하는 듯, 뚝뚝 떨어져 땅위를 뒹굴고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입니다. 함께 사는 동반자에게 속초에 다녀오자고 제안했더니 가까운 죽산 성지에 다녀오자고 역제안을 받아서 결국은 俗된 충동이 聖스러운 결과로 昇華되었습니다.
유가가 $100을 넘는 시대에 두 사람이 승용차로 죽산까지 다녀오는 것이 무슨 죄나 짓는 일인 듯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독신노인 두 분을 모시려고 연락을 취하니, 한분은 출타중이어서 한분만 모시고 아쉬운 마음을 보듬으며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섰습니다.
평소 같으면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기에 여유로 20분을 보태서 출발하였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몰라도 거북이 운행을 면할 길이 없었습니다. 사고가 있었슴을 알고 성지에 도착하니 제1독서가 봉독되는 순간입니다.
복음에 이어 신부님 강론도 독특하고 미사 참례인원이 11명쯤 되어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함이 더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알파와 오메가를 회개와 보속으로 설명해주시고 더러운 악행은 하느님께 봉헌하고 이웃에게는 사랑을 베풀라는 대목에서는 ‘옳거니’하고 무릎을 탁칠 뻔 했습니다.
장미 터널이 있고 직경 70cm쯤 되어 보이는 돌로 ‘절차탁마’의 공정을 거쳤을 묵주 알들이 축구장만한 광장에 장미 넝쿨과 함께 빙 둘러 있어 장미꽃이 활짝 피는 성모 성월인 5월에는 성모님께서 이곳에만 계실법합니다.
죽산성지! 여기저기에서 잘 전지된 향백나무들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성지를 나서면 마음이 한층 후련해집니다. 물론 순교자들에게 받는 은총도 크지만 나무를 잘 가꾸는 분과 좋은 강론을 들려주시는 신부님이 계시기 때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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