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자유게시판

지요하 신앙문집 출판기념회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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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8-04-14 ㅣ No.119491

 굿뉴스에 가끔 글을 올리는 지요하 막시모 작가가 어느새 회갑을 맞이하여 회갑연을 하지 않고 그 예상비용(1,700만원)으로 신앙문집 3권을 출간하여 판매수익금 전액을 기름방제작업과 태안성당 신축기금 부족분을 메우는 좋은 일에 쓴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아침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출판기념식을 한다는 태안성당으로 달려갔다.
 

지요하 작가하고는 문단활동에서 뿐 아니라 젊은 시절 같은 회사에 몸을 담은 인연도 있고 또한 건너 사돈이라는 묘한 인연까지 걸쳐있어서 같은 날 무시하지 못할 청첩장이 두 군데나 있었지만 집사람을 내대신 보내고 나는 태안 행을 택했다.

 

11시 교중미사에 태안본당신부님께서 사목회장인 지작가의 고귀한 뜻을 담은 신앙문집 3권과 정성을 주님께 봉헌하고 본당 성모회에서 봉사하여 전신자가 별관 구내식당에 차려진 환갑잔치와 축하연을 하고

오후 3시에는 멀리서 찾아온 가톨릭문인들을 비롯한 문학인, 충남예총 임원, 태안군수와 군의회의장, 교육장, 민주평통협의회장 전현직 문화원장 등 지역유지와 친지 동창생 등 350여명이 자리를 함께하여 뜻 깊은 출판 기념식을 한 후에 다시 구내식당에서 축하잔치를 했다.

 

태안성당 신축 후에 성전에서는 처음 갖는 미사가 아닌 민간초청행사라고 하였으나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경으로 출판기념식을 시작하고 국민의례 또한 애국가 대신 성가로 바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여 민간행사라고 하기 보다는 참으로 경건한 가톨릭 의식이었고 누구나를 막론하고 성전단상에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는 감실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굽혀 례를 바침으로서 참석한 모든 이가 성당이란 데가 이런 데구나 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으리라 생각하니 신자로서 내 마음이 참말로 흐뭇했다.

 

주임신부님의 환영사가 있은 다음에, 태안군수 군의회의장 등이 지작가가 그동안 60평생 고향 태안을 지켜오며 지역사회발전과 특히 향토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고, 또한 태안성당사목회장으로서 유류피해복구차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태안성당신자들과 함께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노력을 치하하는 축사가 있었고,

태안문인협회 시인의 축시 뒤에, 내가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갑자기 떠오른 상념들을 정리한 글을 축시로 낭독하는 영광을 얻었다.


사실 나는 같은 글쟁이로서, 또한 서두에서 말한 지작가와의 인연으로 축시 하나를 미리 마련하여 주머니에 넣고 내려갔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태안으로 내려가는 2시간 20여분의 고속버스 안에서 갑자기 지작가의 선친께서 오늘 살아계셔서 아들의 출판기념회를 보신다면 어떤 마음이셨을까?

그 어르신(지동환선생)께서도 시인(아동문학가)이셨으니 아마도 오늘 같은 날 축하 시 하나 정도는 읽어주셨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영감이 떠올라 주머니에 든 축시가 볼품이 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차안에서 축시로 정성스레 써 간 종이 뒷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태안본당 도착즉시 성당사무실에 가서 A4용지 몇 장을 얻어 가지고 남들이 안 보는 호젓한 곳에 앉아 그것을 축시대신 정리하여 그 단상에서 낭독을 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차를 타고 내려오며 지작가 아버님 지동환 선생의 마음으로 쓴 글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서 참석하신 분들께 양해를 구한 후에....> 

  

          아들에게 보내는 천상의 메시지

             -아들 지요하 신앙문집 출간에 부쳐-


                                           권 태하 도미니코


장하다. 내 아들 요하 막시모야.

여러 차례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대를 이어 탯줄을 묻은 고향땅을 지키며

60평생 믿음의 길, 문필의 길 올곧게 걸으며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서 바르게 살아 준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구나


고맙다 아들아.

마음씨 착한 글라라를 복덩어리 배필로 맞아들여

지극한 효성으로 80 노모를 모시고

동기간에 따스한 우애를 나누며

가문 일솔을 화목화게 이끌어 준

네가 정말로 고맙구나


누옥 한 채 뿐, 변변한 재산조차 물려주지 못하고

오직 하나 신앙만을 내 유산으로 남겼을 뿐인데

무른 성격 탓에 남의 빚보증을 서주어

갖은 고생을 사서 하면서도 그 총중에 내 책을 묶어

하늘나라로 부쳐주어 정말로 고마웠다 아들아


내가 살았던 일제시대, 이 땅의 소년소녀들에겐 꿈이 없었다

내 자식같은 이땅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아들인 네가 그 글을 책으로 묶어 보내주어

천상에서 나는 더 없이 행복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 네가 낸 신앙문집이 네 신앙을 남들 앞에 자랑함이 아니라

네 신앙의 증거이며 고백이었노라며

모든 찬미와 영광 감사를 오롯이 주님께 봉헌하는 네 마음이

정말로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혼자 맡은 5남매를 반듯하게 키우노라  애쓴 어머니 잘 모시고

남은 생 성가정을 이루어 화목하게 살다가

언젠가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날

주님대전에서 영원한 천상의 성가정을 다시 이루어

부활의 기쁨을 우리 모두 함께 누리자꾸나!


언제나 낮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 살며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흙이 되고 밭이 되어다오.

사랑한다 아들아! 장하다 내 아들아!


2008년 4월 13일 지요하 신앙문집 출판기념회에서


사실 지요하 막시모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때로는 뭐 이런 얘기까지 소소하게 하지?

남들이 보면 마치 자화자찬 하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흉을 보겠네 하고 그와 친하다고 하는 나도 약간씩 거부감이 느껴질 때가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그를 좀더 가까이, 좀더 깊이 접해보면 정말로 지작가 그는 답답할 정도로 순진하다.

어느새 환갑이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정말로 산골에 처박혀 살아 세상 때가 하나도 안 묻은 그야말로 핫바지 촌놈 같고 무식쟁이 어린애같이 순박하다.

신앙문집도 사실은 자신의 믿음을 결코 남 앞에 자랑함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의 길에 대한 증거기록이며 자신의 신앙고백이라고 했다.

교만이라는 것도 그에게 가서 묻으면 순진함으로 변하는

참으로 묘한 인물이 바로 지요하 작가이다.

돈도 모르고 명예 같은 것도 그는 모른다.

남들이 다 싫다 해도 저만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인다. 

그래서일까, 본인이 월남전 참전 고엽제 피해자여서

보수적일 것 같은데도 내가 별로로 여기는 진보 쪽 오마이뉴스 논객이다.

몇 번의 낭패를 당하기도 하고 몇 차례 좋은 기회를 그 때문에 날린 바도 있지만 전혀 그런 것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때로는 바보 같고 때로는 무식쟁이 같고, 때로는 완전 촌놈 같고

어린아이 같은 그가 존경스러운 이유가 뭔지

세상 때가 덕지덕지 묻은 나는 아직까지도 그 실체를 모른다.

하지만 그가 가진 매력에 끌려 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키 위해 태안을 다녀왔고

주일이어서 길이 막히는 바람에 4시간이나 차를 타고 오면서도

가슴 가득하게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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