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홍)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금의환향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8-01 ㅣ No.3896

8월 2일 연중 제17주간 금요일-마태오 13장 54-58절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도 제 고향과 제 집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으므로 그 곳에서는 별로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다.

 

 

<금의환향>

 

공동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서 무척 큰 과제 중에 하나가 공동체 안의 형제를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이는 노력, 형제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의 자취를 발견하려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나와 다른지요? 공동체 소풍을 이번만큼은 꼭 바다로 가고 싶은데, 저 형제는 죽어도 산으로 가야겠다고 합니다. 날씨도 더운데 간단히 냉면 한 그릇으로 때우고 싶은데, 저 형제는 죽어도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어합니다.

 

가까이 몸 붙여 살면 살수록 형제의 장점보다는 약점,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몰두하게 되는가 봅니다. 형제의 그 좋은 성격, 그 탁월한 능력, 그 좋은 대인관계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고 오직 상대방의 미성숙과 취약점에만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예수님을 바라보는 고향 마을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으십니다. 부모님과 가족, 친구, 친지들이 살아가는 고향은 예수님께 무척이나 의미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여행은 이제 유다 전역에 이름을 떨친 예수님, 유명인사가 되신 예수님의 금의환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을 거느린 예수님께서 나자렛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늠름하게 귀향하시는 예수님의 모습, 감명 깊게 말씀을 선포하는 예수님의 모습에 고향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곧이어 나타나는 반응은 지독한 거부반응입니다.

 

"야, 저 예수 말하는 것 봐라! 저거, 매일 사고 치던 코흘리개였잖아! 많이 발전했는데...그런데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예수는 율법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잖아? 그렇다고 부모들이 똑똑한 사람이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우리와 똑같은 촌구석 무지랭이 중에 무지랭이였는데. 아마도 속임수거나 사기 치고 있는 중 일거야."

 

예수님의 이 세상 도래로 인해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수용하는 쪽과 거부하는 쪽. 불행하게도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 반대편에 서게 됩니다. 이는 나자렛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 가운데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향해 굳게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이런 고향 사람들의 완고함 앞에 예수님 역시 기적을 행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고향 사람들의 철저한 불신 때문에 기적을 행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기적은 인간의 열린 마음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1,953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