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홍)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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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도화, 삶의 기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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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0-07 ㅣ No.4136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화요일-루가 10장 38-42절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일의 기도화, 삶의 기도화>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사제나 수도자들의 삶 역시 격무에 시달려 고달플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새벽미사를 드리고 있는 중에 진동이 옵니다. 그 순간 "아차!"합니다. 제의방에서 음성 메시지를 확인해보면 아니나 다를까 미사를 빵구낸 것입니다. "앞으로는 메모를 잘해야지" 하면서 부랴부랴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갑니다. 백배 사죄하는 마음으로 또 한번의 미사를 드립니다.

 

출근하는 차량이 많아지기 전에 바로 돌아와야지요. 또 하루를 열심히 뛰려면 아침은 빼먹지 말아야 됩니다. 주어진 공동 기도 시간 빼먹지 않는 것만 해도 정말 다행입니다. 별로 영양가 없어 보이는 회의들이나 스케줄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신문은 꼭 봐야되고, 아홉 시 뉴스도 봐야 합니다. 축구시합 빅매치는 보지 않고는 밤잠을 못 이루니 또 봐야지요. 그뿐인가 하면 축구 뛰어야지 정말 바쁩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도할 시간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가끔씩 피정강의라도 하러 갈 때면 눈을 반짝이며 앉아 계시는 신자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괜히 바쁜 척 하며 돌아다니며 제대로 성체 앞에 앉아보지도 못하는 제가 속보이게도 신자들에게 "이런 기도가 진짜다. 기도는 이렇게 해야된다"고 외쳐대니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활동과 기도의 조화, 그것은 제게 있어 하나의 숙제입니다. 저희 살레시오회를 비롯한 모든 활동 수도자들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지요.

 

여기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분이 바로 저희 사부이신 돈보스코였습니다. 돈보스코 역시 수많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또 수많은 남녀 살레시오회 수도자들을 양성시키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빴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창립한 남녀 수도회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분초를 나누어 써야 할만큼 바쁜 분주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돈보스코는 아이들과의 만남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식사시간에 아이들을 자신의 식탁 옆에 앉혔습니다.

 

그토록 바빴던 사람, 돈보스코가 그럼 과연 어떻게 기도했을까요? 물론 돈보스코는 최대한 기도할 시간을 찾았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돈보스코는 틈만 나면 성체 앞에 앉으셨습니다. 틈만 나면 하느님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매일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일들로 인해 돈보스코에게 기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돈보스코의 노력이 바로 "일의 기도화", "삶의 기도화"였습니다. 돈보스코를 직접 목격하고 대화를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진술을 했습니다. "돈보스코에게 있어 일은 곧 기도였습니다. 돈보스코의 삶 전체는 곧 기도였습니다."

 

돈보스코가 아이들 가운데 있을 때나, 후원자들을 만날 때나, 자신의 사업을 계승할 수도자들에게 강의를 할 때나, 뭔가에 몰두해서 열심히 일할 때에나 언제고 기도와 함께 그 모든 것을 행하고 있음을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기도는 참으로 광범위한 그 무엇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것 좀 잘 되도록 해주십시오"하고 청하는 청원기도만이 기도의 전부가 아닙니다.

 

기도는 한 인간이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을 하느님 앞에 자유롭고 정직하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가슴 깊숙이 자리한 갖가지 분노, 근심, 고통, 기쁨, 환희와 같은 모든 감정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애써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하거나 겉꾸미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기도, 삶의 모든 국면들을 하느님께로 연결시키려는 기도가 참된 기도입니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숨기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때로 울부짖고 때로 환희에 찬 감사를 드리는 자세가 곧 기도입니다.

 

진정한 기도는 실제적인 삶의 체험입니다. 기꺼이 삶의 모든 문제들과 투쟁합니다. 때로 하느님에게 불평하고 대듭니다. 때로 "내가 하느님 당신 때문에 얼마나 힘겹게 싸우고 있는가"를 말씀드리는 것이 기도입니다.

 

진정한 기도는 나와 하느님을 항상 연결시키고 싶은 욕구의 분출입니다. 우리 삶의 매 순간 모든 국면들을 하느님과 관련지으려는 열망이 곧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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