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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담론---증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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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bagilhan] 쪽지 캡슐

2013-09-01 ㅣ No.27

“종북담론, 신자유주의 공포에 기초한

 증오의 정치”

인권단체 “종북담론의 실체를 밝힌다” 토론회 진행

종북 담론은 기존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변용, 신자유주의의 사회 불안정 증대로 인한 공포를 사회 비판 세력에 돌리는 기득권 세력의 기획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단체들이 마련한 종북 담론 비판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에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인권단체는 27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종북담론의 실체를 밝힌다”는 주제로 종북 담론을 둘러싼 지배 권력의 통치성을 살펴보고, 사회운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종북 담론, 반공주의의 변용으로 나타난 이데올로기적 덮개”

한성훈 연세대 연구교수는 “정치문화의 일종으로서 ‘종북’ 현상은 우리 현대사의 반공이데올로기 원형에서 변질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북 담론은 반공주의의 변용으로 나타난 이데올로기적 덮개”라며 “이는 현대사에서 정치범이나 사상범이라는 역사정치적 용어의 사회문화적 교본”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 이유에 대해 “지배적인 집단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가장치를 강제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모두와 연관, 정치문화의 일차적인 생산보다는 이것을 특정한 방향으로 재생산하고 확산시키는 데 있다”고 일갈했다.

한성훈 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진영을 앞세우며, 헤게모니 투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파국적 균형만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증오의 정치가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종북 논란의 역사적인 배경으로는 전쟁정치와 군사쿠데타 등 전쟁과 분단의 유산, 반공규율사회로 몰아간 독재와 권위주의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지목했다.

이호중 서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북’이라는 말은 진보정당 내 당권 경쟁 논란 속에서 비판적으로 사용된 개념인데 불과 몇 년 사이 보수진영이 차용, 국정원에서 진보진영에 대한 딱지 붙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나 “현재 종북 담론은 공안기구나 보수 정치세력에 의해서만 생산,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정서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공안기구의 권력 강화, 확대된 인터넷 통제 등 국가보안법의 건재와 함께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통제 욕구”

이호중 교수는 특히 “종북 담론이 안전이라는 문제와 결합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한경쟁, 고용에 대한 만성적 불안, 불평등 심화, 사회적 갈등 격화와 복지 국가 붕괴 현상과 연결돼 사람들이 시장의 구조적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불안정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시민사회에 적을 상정하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그는 또, “시민운동의 활성화 등을 통해 정치 논리는 조정과정을 거치는 데 현재는 이것이 무너져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며 “종북이라는 레떼르가 붙는 순간, 배제돼야 하는 상황으로, 정치적 절충선이 무너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종북 논란, “이데올로기적인 모순과 경제적 문제의 접점”

수유너머N의 정정훈 씨는 종북 논란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현 기득권 세력의 사익 추구 조건이 변화됐다”며 “정치적 체제로서의 ‘87년 체제’와 경제적인 체제로서의 ‘97년 체제’가 착종”돼 있는 상황이라고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에게는 “이데올로기적인 모순과 경제적 문제의 접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의 접점에 대한 논리가 곧 종북 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정정훈 씨는 87년 체제에 대해서는 “반체제적 힘이 기존 자본주의 시장을 넘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으며 이는 87년 이후 운동이 시민권을 얻게 되고, 민주노총 합법화 등을 통해 체제 개혁적 힘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97년 체제에 대해서는 “IMF와 신자유주의 문제로 배제가 본격화돼 경제적 문제로 절망과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다고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배제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기존 체제에는 최적인데, 반발하고,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니까 이들을 어떻게 하면 체제 내에 머물게 할 것인가와 조직된 사회운동이란 반체제 세력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정훈 씨는 “결국 종북주의는 국가 위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공포감을 낳아 상상의 적에 투영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그는 또 “어버이연합, 애국주의연대, 일베 등 보수정치세력의 애국주의 선동이 불안정한 삶의 조건에 의해 촉발되는 안정성에 대한 강렬한 희구에 기반을 둔 민간 애국주의와 결합하고 있는 것이 현재적 종북주의의 독특한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진보진영이 기억투쟁에서 실패했다”며 “6.25를 통해 우익의 야만성을 고발할 수 있었는데, 계속적으로 보수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6.25 전쟁과 4.3 항쟁 등에 대한 기억 투쟁을 다시 하는 한편, 6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을 중요한 과제로 제기했다.

이 교수는 또, 반공이데올로기 강요와 내면화된 레드컴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대항이데올로기의 담론 투쟁이 필요하며 냉전보수 카르텔에 맞서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북담론 속에 숨겨진 불평등과 차별을 직면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부문의 활동가들도 나와 종북 담론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주민 민변 사무처장은 발제문을 통해 “권력은 자신을 한계 지우는 족쇄를 벗어버리고 싶어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족쇄는 법과 기본권”이라며 “‘비상상황’을 만들어 이성과 논리보다 감성과 이기심을 동원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법치와 기본권을 둘러싼 싸움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공안기구에 대한 시민적 통제장치 마련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훈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기존 반공이데올로기와는 다르게 “‘종북게이’, ‘종북페미’, ‘이주노동자’로 소환되는 집단은 기존의 반공이데올로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집단”이라며 “종북담론은 애국주의, 안전담론에 기반을 두어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훈창 활동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운동이 종북담론과 맞서기 위해서는 종북담론 속에 숨겨진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해야 하고, 소수자를 배제했던 운동의 역사와 반성과 함께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세상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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