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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5월이 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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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오면,
벚꽃이니 목련, 살구화는 슬그머니 대지로 사라지고
요즘엔 짙은 피빛의 명자나무꽃이나, 복숭아나무들의 몸짓이 예사롭지가 않고, 조팝나무나 박태기 같은 꽃들, 특히 야광나무 의 흰빛이 그야말로 오월의 신부같은 모습으로 그 옆을 지나치는 가객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들어 둘겁니다.
아파트 화단의 모과나무를 보니 내 손톱만한 크기의 분홍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옹기종기 고만고만한 키재기로 서있는 수수 꽃다리의 수다가 해좋은 오후에 제법 늘어지고요, 하여도 아무리 꽃이 눈부시다 한들, 나날이 연두의 깊이가 더해 가는 신록의 푸른 날개에는 잠시, 뒷자리로 화관을 내어놓는 듯 싶습니다. 바람이 부는 풍향따라 살랑살랑 신록의 이파리들이 무구한 뒤척임으로 가슴을 산란시킵니다. 곧 오월이군요! 겨우내 두터운 외피속에서 욕망을 잠재우다가 그리움의 가려움을 털어내려고 초봄의 기미와 채 진도도 맞추기 전에, 계절의 여왕인 오월이, 초록의 목덜미가 핏대를 세우며 우리를 밖으로, 밖으로 불러대곤 하지요. 적막하고 심심한 일상의 뜨락에서 커다란 소쿠리의 구멍으로 쏟아져나오는 빛의 무더기와 함께 춤추며 다가오는 4월 신록의 행진들은 정말 어쩌지 못하겠습니다. 거리는 어딜 가나 수목원에 입장하는 듯 합니다. 구두끈을 가볍게 느슨하게 조이고 발목을 스윙하듯 걸어가노라면 숲속에서의 요정들이 타박타박 따라나오고 그러면 마음속의 우중충했던 기미의 흔적들, 상심의 주근깨들이 제법 싱싱한 탄력을 정령삼아 떼를 지어 우르르 튀어나올 듯도 싶은데요. 오늘은 또 그런 4월 한가운데 축일이시라고요? 그대만의 비밀의 화원을 마련해설랑 갑갑한 실내를 걷어차고, 산으로 들판으로, 숲으로, 행진하는 겁니다. 발목을 스윙하듯이 걸어가는 것, 잊지 마세요! 사월의 신록은 허락된 과식이랍니다.... 처음 뵙습니다. 스테파노라구 허며 이 방에선 대충 3류 엉터리 개그작가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축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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