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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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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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0-12 ㅣ No.4152

10월 12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루가 11장 27-28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깔깔깔깔>

 

최근 수도공동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자 "화두"와 같은 말이 바로 "친교"입니다. 수도자들 역시 인간인지라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이 필요하고, 때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희 공동체 역시 형제적 친교를 위해 여러 측면에서의 노력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공동체의 날 행사"입니다. 이 날 하루만큼은 말마디 그대로 "형제적 친교"를 위해 뭔가 한 가지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깁니다.

 

지난달에는 "멀리 갈 것 없이 집에서 한번 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생맥주 한잔 내기 족구시합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기는 팀은 1인당 500cc+안주, 지는 팀은 설거지하기였습니다.

 

늦은 밤, 흐린 불빛 아래서 다 큰 장정들이 목숨이라도 건 듯이 족구시합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족구시합이 끝난 후 자리를 옮겨 한 잔 하는 시간,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그것도 매일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여기서 "깔깔깔깔" 저기서 "깔깔깔깔" 밤이 깊도록 다들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남남이 모여 이토록 재미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려고 모인 사람들"이기에 오히려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진정한 친교 그 중심에는 지연이나 학연, 혈통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잘 실천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친교를 나누는 한 형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적 친교, 말이 쉽지 그것은 참으로 멀고도 요원한 길입니다. 삶의 모든 측면을 서로 맞대고 부대끼다보니 서로의 소상한 부분까지 잘 알게 되는 곳이 공동체입니다. 또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주고받는 상처의 골이 깊어 고통을 겪는 곳이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노력이 형제 상호간의 끊임없는 용서이며, 그런 용서를 바탕으로 한 회개의 삶입니다. 그런데 또 이 용서나 회개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지요. 그래서 또 필요한 노력이 어린이의 마음입니다. 순수함, 소박함, 천진난만함, 작은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함, 몰두 등등이 어린이들의 특징인 듯 합니다.

 

한번 형제(가족, 이웃, 동료, 친구)는 영원한 형제라는 의식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형제의 부족함이 너무도 커 보여도 그 형제는 한번 인연을 맺었기에 하느님이 내게 주신 형제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때로 형제가 내게 준 상처가 너무 깊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경우에도 그는 결국 함께 성화의 길을 걸어야할 포기해서는 안될 형제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랍비의 훈화를 오늘 하루 묵상거리로 삼아보시길 바랍니다.

 

늙은 랍비가 제자에게 물었다.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정확한 순간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느냐?"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멀리서 힘들이지 않고 개를 양과 구분하고 종려나무를 대추야자나무와 구분할 수 있는 때입니다." "아니다." 랍비가 대답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물었다. "그러면 언제입니까?" 랍비가 대답하였다. "군중 속에 흩어져 있는 낯선 얼굴들이 아버지의 얼굴, 어머니의 얼굴, 형제의 얼굴, 누이의 얼굴, 아들이나 딸의 얼굴, 지아비니 지어미의 얼굴, 어느 친구의 얼굴 못지 않게 귀하게 보이는 순간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 순간이 오기까지 너희 마음은 아직 밤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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