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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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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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1-11 ㅣ No.4243

11월 11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루가 17장 1-6절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

 

지속적인 왕스트레스에 매일 시달리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데 없었던 몇몇 아버지들의 뒷모습이 너무도 측은해서 가슴아팠던 하루였습니다.

 

한평생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앞만 보고 뛰어오셨던 아버지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근엄한 표정, 늘 대범한 자세를 견지해오셨던 아버지들이셨습니다. 그러나 속은 정반대로 졸아들 대로 졸아들어만 갔습니다.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으셨던 아버지들, 하루하루 피 말리는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꿈속에서조차 괴로웠던 날들이었습니다.

 

자식들 앞에 절대로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었기에 가족들과는 마음 한번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없으셨던 아버지들, 그 누군가를 붙잡고 속시원하게 한번 울어보고 싶어도 그래보지 못했던 아버지들이셨습니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대성통곡을 터트리는 아버지들 앞에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었습니다. 그저 울음이 끝나는 순간까지 인내로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용히 등을 두드려주는 길 밖에 다른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완전한 사면초가에 놓인 한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tu서 놀랐습니다.

 

"한 때 고통이 너무 심할 때는 하느님을 원망한 적도 많았고 불신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이라고 배웠는데, 그런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토록 큰 시련을 내게 주시나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좀 생각을 바꿨습니다.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고통의 세월이 지나면 반드시 은총의 세월이 다가올 것을 확신합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주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겠습니다."

 

"형제님, 부디 힘을 내십시오. 형제님의 말이 진실입니다. 이 세상의 고통은 잠시이며 하느님 안에 누릴 행복은 영원합니다. 이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여행길입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잠시 이 세상에 왔다가 영원한 하느님 아버지의 집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일 뿐입니다. 이 세상이란 사막을 잠시 횡단하는 여행자들입니다. 땀으로 전신이 젖고 목이 타는 고통의 여정이 끝나면 다가올 충만한 하느님의 위로에 우리는 너무 기뻐서 눈물 흘릴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고 하시며 믿음을 지니라고 강조하십니다.

 

사실 극한 고통, 계속되는 집안의 우환, 이유 모를 십자가, 너무도 억울한 불치병 앞에서 하느님은 원망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고사하고 적대감으로 불타오릅니다. "저 십자고상 다 치워라! 더 이상 내 앞에서 하느님이란 소리 꺼내지도 말라"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하십시오. 진정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만사형통을 책임지는 해결사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여기는 신앙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 속에서도 기뻐하고 감사하는 신앙 그런 신앙이야말로 참 그리스도교 신앙입니다. 결국 우리 신앙인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할 가장 마지막 종착점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자리 잡고 계십니다.

 

가장 성숙한 신앙은 십자가조차도 기꺼이 수용하는 신앙, 고통과 시련 그 가운데를 지나면서도 결코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믿고 희망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올리는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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