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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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이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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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2-16 ㅣ No.4538

2월 17일 연중 제6주간 월요일-마르코 8장 11-13절

 

"어찌하여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가!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에 보여 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

 

 

<기적같이 환한 미소>

 

환자 한분이 영성체하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는 원목실도 없을뿐더러, 저희는 지방에서 올라왔습니다. 바쁘시겠지만 꼭 좀 와주세요."

 

부랴부랴 달려갔더니 환자분의 안색은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병세가 위중해보였습니다. 침대에서 제대로 일어날 기력도 없어보였기에, 그냥 누워계시라 해도 겨우겨우 일어나 앉아 깍듯이 예의를 갖추셨습니다.

 

간단한 기도를 바친 후에 모시고 간 성체를 영해드렸습니다. 그 형제님의 성체를 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제 신앙이 참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마치도 보물이라도 건네받듯이 조심스럽고 경건한 태도로 성체를 받아모시던 형제님의 얼굴에는 너무도 황공해하고 감사하는 느낌이 씌여있었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피곤하니 봉성체 끝내고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저는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성체를 받아모신 그분은 얼마나 오랬동안 감사의 기도를 드리던지요. 간병중이던 따님의 말에 따르면 며칠 내내 신부님 오기만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이윽고 기도를 끝낸 그분은 마치 기적과도 같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제게 의자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따님을 시켜 제게 음료수를 건냈습니다 또 늦은 시간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를 하셨습니다.

 

주변에 같이 서있던 가족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오후내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셨던 분인데, 식사를 제대로 못하셔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던 분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다들 놀랐습니다.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힘으로, 성체의 힘으로 그 고통을 이려내려는 형제분의 신앙이 참으로 눈물겨워보였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하느님 안에서 고통을 해결해나가려는 형제분의 신앙이 놀라워보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께 "당신이 메시아라면 그 표시로 한번 기적을 보여달라"고 시비를 겁니다.

 

기적과 관련해서 예수님의 마음 한편에는 씁쓸함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발길을 내딪는 곳이면 어디든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다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몰려든 군중들은 대부분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을 안고 몰려들었지요.  

 

기적을 베푸신 이유는 하느님 아버지 권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결국 기적을 통해서 백성들을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몰지각한 사람들은 그저 흥미거리로, 때로 심심풀이로, 너무도 이기적인 바램을 안고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그려러니 하셨겠지만 너무도 실망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기적도 하지 않으시고 군중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피하십니다.

 

우리 역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예수님께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요? 호기심에서 또는 심심풀이로 그게 아니면 우리의 이 극단적 이기심의 성취를 위해서 예수님께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요?

 

이 시대 기적은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는 일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순간에도 하느님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꿋꿋이 견뎌내는 삶이 곧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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