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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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때 끝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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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5-25 ㅣ No.4932

5월 26일 성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요한 15장 26-16장 4절

 

"내가 아버지께 청하여 너희에게 보낼 협조자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끝낼 때 끝내더라도>

 

오늘 우리는 기쁨과 단순함의 성인(聖人) 필립보 네리(1515-1595)신부님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꽃으로 유명한 이태리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난 필립보 네리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성삼 형제회"를 설립하였고, 영적독서나 성음악, 자선사업을 위해 오라토리오회를 창립하였습니다.

 

천성적으로 워낙 낙천적이던 필립보 네리는 길거리건 시장 바닥이건 가리지 않고 자신이 체험했던 예수님을 전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필립보 네리는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사업에 열정적으로 투신하였습니다. 그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늘 하던 말은 돈보스코에 의해 다시 반복되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들아, 뛰고 달리고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은 다해라.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죄만은 짓지 말아라."

 

또한 필립보 네리는 "회개의 사도"라 불릴 정도로 신자들에게 고백성사 집전하는 것을 다시  없는 기쁨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립보 네리는 고백지도 신부로 또 영적 지도자로서 유명하게 되셨지요. 한번은 중년여인이 찾아와서 자신의 악습을 토로하며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안 그럴려고 하지만 입만 열면 남의 흉을 잘 봅니다. 친구의 그저 그런 말을 듣고도 사실인 것처럼 여기저기 퍼뜨리기도 합니다. 가슴아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때 필립보 네리 신부님은 이런 보속을 주셨습니다.

 

"시장에 가서 닭을 한 마리 사시요. 그리고 닭털을 뽑으며 시장바닥에 버리면서 이리로 오시오."

 

여인이 그렇게 하자 "이제 시장으로 다시 지나며 닭털을 주워 제 구멍에 도로 꽂으시오"하였습니다.

 

여인이 불가능한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해 있을 때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한 말도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답니다. 그러니 이제는 말 한마디마다 조심하십시오."

 

오늘 필립보 네리 신부님의 축일에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우리가 진정 영적으로 산다면, 진정 충만하게 산다면 그 결과가 있어야 하겠지요. 그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는 기쁨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가끔씩 나이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무기력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얼굴을 보면 바라보는 저 역시 힘이 빠집니다. 얼굴 표정은 "언제 이 지긋지긋한 세상이 끝나나"는 표정들입니다.

 

끝낼 때 끝내더라도 일단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기쁘게 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필립보 네리처럼 난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주님 계시기에 마음 푹 놓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시대가 나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이웃들을 바라보며, 이웃들이 지닌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성장 가능성, 희망을 볼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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