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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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가 얼마나 기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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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11-16 ㅣ No.5967

11월 17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루가 18장 35-43절

 

"주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하루 하루가 얼마나 기쁜지?>

 

최근 실명한 한 자매와 나눈 대화가 제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너무도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저는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다가 겨우 겨우 운을 뗐습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많이 답답하시지요?" 그러면서 제가 농담조로 그랬습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천사 같은 분의 눈을 감기시다니!"

 

한 순간 엉겁결에 나온 말을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하고 당황해하면서 혹시라도 제 말에 상처라도 받지 않으셨을까 걱정하면서 자매님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그러나 웬걸!

 

자매님은 지극히 평화로운 얼굴로(제 세속에 찌든 삭은 얼굴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부처님 같은 얼굴) 해맑게 웃으시면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정 반대예요. 요즘 하루 하루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요즘 제 육체의 눈은 감겼지만, 영혼의 눈이 떠졌다는 것 아세요? 물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하루 온종일 평화방송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도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답니다. 요즘 저는 오히려 육체의 눈을 감겨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회심을 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큰마음을 지닌 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 영혼의 눈을 뜨신 분, 이미 천국을, 구원을 살고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앙의 연륜이 더해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노력이 바로 육의 눈을 조금씩 감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영의 눈을 뜨려는 노력입니다.

 

우리가 영의 눈을 뜨기 시작할 때, 장담컨대 새 세상이 반드시 열립니다. 영의 눈을 뜨는 순간 신천지가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영의 눈으로 바라볼 때 진정 새 인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영의 눈을 뜨기 시작할 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육신적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영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눈을 뜬다는 것은 한 인간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결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입니다. 그가 지니고 있는 깊은 상처를 헤아려준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리고의 소경은 간절하게 예수님께 부탁드립니다.

 

"주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오늘 하루 우리가 이렇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 영혼의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제 영혼의 불구를 간절히 청하오니 고쳐주십시오."

 

"매사를, 이웃을 영의 눈으로 바라보고 영의 눈으로 식별하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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