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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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짜리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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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 [joyro] 쪽지 캡슐

2004-03-30 ㅣ No.6766

오랜만에 남양주에 살고 있는 형님 내외와 조카녀석들(사내아이, 8살, 5살),

그리고 같은 성당을 다니던 선배가 찾아왔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나를 찾아온 친구와 함께 노래방에 갔다.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며 추억을 그리다보니

너무 어린 탓에 어른들의 놀이에 끼지 못하는 조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노래할래?.."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안해요", "싫어요", "못해요"를 반복하며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노래 곡목을 찾았고 ’디지몬 어드벤쳐’ 노래를 신청했다.  

 

반주가 나오자 8살 짜리 첫째 조카가 못이기는 듯 나와 노래를 했다.  

놀라운 사실은 40살이 넘은 형님이 아이와 같이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에다 학생부장, 재미없기로 소문난 형이

아이의 노래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며 "참 세월이 약인가 보다" 했다.

 

노래가 끝나고 점수는 ’100점’, 아이는 놀랐고 자신감을 갖은 듯 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다시 ’포켓 몬스터’를 신청했고,

이전과 다르게 조금은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받은 큰 아이와는 다르게

 

둘째 녀석은 더욱 완강히 "안해요"를 외치다가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형수의 품으로 달려가 안기는 것이었다.  

또 다시 100점을 받아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형과는 달리

형수의 품에서 울다가 잠이 들어있는 둘째 녀석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나의 몸속에도 저런 어린이와 같은 모습이 있겠지

언제든 필요할 때면 엄마 품에 안겨서 영원히 성장하고 싶지 않은 그런 모습,

어머니와 떨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삶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며 메달리는 그런 모습 말이다."

 

오늘 독서에서는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 선택한 출애굽으로 인해

처하게 된 불편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세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편안하고, 안락했던 삶 그런 삶으로부터 나와

하느님을,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향해야 함을 가르치는 사순시기!

 

어쩌면 우리는 우리 신앙에 있어서 어른이 될 수 있는

너무도 은혜로운 시기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의 나약함은

그것을 거슬러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조금은 비장한 결심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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