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월)
(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송강호 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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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20joolid] 쪽지 캡슐

2013-08-16 ㅣ No.2645

2013 8 8일 무더움 (아버님 죄송합니다.)

6 24, 25, 7 1일 해상공사 업무방해로 기소된 사건의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내가 처음 요청한 국민참여재판 요청은 거부되었다. 내 재판이 합의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합의부와 단독부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배심원단에 의해 판결이 나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으나 좌절되어 마음이 상했다.

재판정에는 문정현 신부님과 고병수 신부님, 여러 수녀님들이 우리 개척자들 가족과 SOS 요원들,
강정의 평화지킴이들과 함께 해서 방청석에 다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와 박도현 수사는 준비한 모두 진술문을 차분히 읽었다.
방청석이 가득해서인지 판사도 뒤에 줄줄이 재판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나는 내가 무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고발한 우리는 감옥에 갇혀 있고,
불법을 행하는 자들은 도리어 우리를 고발해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어리석었던 것일까?
그럴 줄 몰랐느냐고 나를 자책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국가의 배신이 수련의 과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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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해상공사장 입구에서 멍게가 그렇게도 간절히 말렸는데
사람의 운명을 누가 알 수 있겠냐?”고 대답하고 들어간 그 길이 감옥으로 오는 길이었다.
감옥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분은 아버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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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넘으신 아버님은 내가 빨리 불에 타 없어진 집을 재건해서
아버님의 방 한 칸을 새로 마련하여 다시 모셔오기를 손 꼽아 기다리신다.
누님 아파트의 답답한 공간에서 나의 구원을 간절히 기다리시는
아버님의 초조한 모습이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마음을 스치고 지나 간다.
재판은 길어질 거다. 어쩌면 6개월 안에 끝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WCC총회도 대만의 비무장평화의 섬 모임도 모두 지나갈 수도 있다.

내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그 밖의 영역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릴 수 밖에 없다.
나는 이곳에서 나를 돌아 보고, 성서를 읽고,
기도와 묵상을 하도록 이끌려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이 안에서 단련이 되어야 할 게다.
그러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 깊은 곳에 남는 아쉬움은 아버님에 대한 불효다.
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  육신의 모든 걱정과 염려를 내려 놓았을 때에도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육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살아 계시고, 여전히 나를 기다리신다면 더더욱.

          너무나 당당하고 의지가 깊은 활동을 했지만 
           연로하신 아버님을 모셔야 할 일이 남아 있으셨군요.
            이렇게 무더운데 갇힌 곳에서나마 건강 잃지 않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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