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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른쪽은 능력과 지배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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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임 [rmskfk] 쪽지 캡슐

2017-03-06 ㅣ No.9097

 

[성서의 풍속] 성서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

 

 

- 최후의 심판(부분), 1302~1305년, 프레스코, 지오토(Giotto, 1267~1337), 스크로베니 경당, 파도바, 이탈리아.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적 의미는 양 손에 관한 인간의 일상적 경험에서 유래한다. 우리 말에서도 보통 오른쪽은 '옳은' 쪽을 뜻하며, 왼쪽을 가리키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 인도에서 오른쪽은 성(聖)의 세계이며, 정(淨)의 방향이고 정상 방향이지만 왼쪽은 속(俗)의 세계이며 부정의 방향이자 비정상의 방향이다.

 

인간의 압도적 다수는 오른손잡이다. 문화적 압력이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어렸을 때 왼손잡이 기미가 보이면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훈련받는 아이들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왼손잡이는 여전히 '고쳐야 할 습관'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을 넘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왼손잡이들이 적지 않다.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폴레옹, 간디, 처칠, 슈바이처, 모차르트, 레이건·부시·클린턴에 이르는 최근 미국 대통령들도 모두 왼손잡이다. '왼손잡이가 똑똑하다'는 속설도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마찬가지로 별로 근거가 없고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이다.

 

사도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주님 나라가 들어서면 한 아들은 주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라고 예수님께 높은 자리를 청탁했다(마르 10,35-45 참조). 그녀는 분명히 예수님이 언젠가 권력을 잡아 세상을 통치할 큰 인물로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오른쪽과 왼쪽은 별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서에서 오른쪽과 왼쪽은 창세기부터 대립 개념으로 나온다. 야곱이 손자들을 축복할 때 므나쎄 머리에 왼손을 얹었는데, 이것은 작은 축복을 의미한다. 그래서 동생 에브라임에게 오른손을 얹었을 때 요셉이 못마땅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동생 에브라임이 형인 므나쎄보다 "큰 인물이 되고 그 자손이 큰 민족을 이루리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창세 48,12-22 참조).

 

또 아들을 낳다가 죽음을 맞은 라헬은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이 낳은 아들을 '벤오니' 즉 '괴롭게 낳은 아들'이라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는 '베냐민' 즉 '오른손의 아들'이라 불렀다(창세 35,18 참조). 오른손의 아들이란 구원의 아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오른손은 능력과 지배를 상징한다(탈출 15,6 참조). 오른쪽은 영광의 자리이므로 솔로몬왕은 어머니 바쎄바를 자기 오른편에 앉게 한다(1열왕 2,19 참조). 이처럼 구약성서에서 오른편은 항상 왼편보다 우월적 개념으로 나타난다.

 

신약에서 보면 예수님 죽음을 슬퍼하는 여인들이 예수님 무덤 안으로 들어가 흰 옷을 입은 젊은이가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 청년은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알렸다(마르 16,1-8 참조). 이 경우 오른쪽 자리는 영예를 나타내기보다는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가 오른편, 즉 거룩한 편에 있으므로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초대 교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다고 믿었다(마르 16,19 참조). 그래서 메시아에 관한 구약성서의 예언이 성취되었다(루가 20,41-42 참조). 또 마태오복음의 유명한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 중에 오셔서 모든 민족을 앞에 불러놓고 오른편과 왼편으로 갈라놓는다. 하느님 축복을 받은 이들은 하느님 오른편에 두고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게 한다. 왼편에 세운 사람들은 저주를 받아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난다(마태 25,31-46 참조).

 

유다인의 산헤드린 공회에서도 유죄로 확정되면 왼편에 세우고 무죄가 선고되면 오른편에 세우는 관습이 있었다. 개종한 유다인들을 위해 쓰여진 마태오복음에서 마지막 심판의 오른쪽과 왼쪽의 배치는 바로 이런 유다인 관습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평화신문, 2004년 9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성경 속 상징] (49) 오른쪽 : 하느님의 거룩한 성품과 행동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 초등학교 때 좌측통행 규칙을 익히기 위해 자주 불렀던 동요 가사다. '문화인은 좌측통행'이라는 표어도 있다. 그런데 이 보행자 좌측통행이 내년 7월부터는 '우측통행'으로 바뀐다. 좌측통행이 안전도가 떨어지고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 국민의 신체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라고 한다.

 

봉건시대 유럽에서는 말, 마차 등 모든 교통수단이 왼쪽으로 다녔다. 왼손으로 고삐를 쥐고 좌측통행하면 마주 오는 이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오른손으로 무기 등을 들기도 수월하다. 그러던 것이 나폴레옹이 유럽지역을 지배하면서 우측통행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나폴레옹에 대적했던 연합군 중 영국은 아직도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여러 국가나 문명에서 오른쪽은 왼쪽보다 선호돼왔다. 인도와 유럽 언어에서도 오른쪽은 강하고 선하고 바르다는 긍정적 의미를 포함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도 오른쪽은 행운을 뜻하며 상징적으로는 남성과 관련된다. 또한 맹세와 같은 의미인 악수를 할 때도 오른손을 사용한다. 이것은 오른손으로 악수함으로써 우정과 신뢰가 견고하게 됐음을 뜻한다.

 

성경에서도 오른쪽의 의미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오른손은 그분의 능력과 지배의 상징이 된다. "주님, 권능으로 영광을 드러내신 당신의 오른손이, 주님, 당신의 오른손이 원수를 짓부수셨습니다"(탈출 15,6). 모세는 첫 사제의 임직식에서 희생제물로 드린 숫양의 피를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오른쪽 귓불과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 엄지에 발랐다(레위 8,23). 이러한 행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며 자신의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야 하는 사제의 엄숙한 사명을 다짐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런 관습은 악성 피부병 환자의 정결례에서도 나타난다(레위 14,14-18). 아버지가 자식을 축복하는 예식에서도 오른손은 왼손보다 선호된다. "요셉은 아버지가 오른손을 에프라임의 머리 위에 얹은 것을 보고는 못마땅하게 여겨, 아버지의 손을 잡아 에프라임의 머리에서 므나쎄의 머리로 옮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아버지. 이 아이가 맏아들이니, 이 아이 위에 아버지의 오른손을 얹으셔야 합니다'"(창세 48,17-18).

 

또한 오른손은 특별히 하느님의 거룩한 성품과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사용됐다. "하느님, 당신 이름처럼 당신을 찬양하는 소리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집니다. 당신의 오른손이 의로움으로 가득합니다"(시편 49,11). 오른편에 있다는 것은 특별한 영예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밧 세바는 아도니야를 위하여 청을 하러 솔로몬 임금에게 갔다. 임금은 일어나 어머니를 맞으며 절하고 왕좌에 앉았다. 그리고 임금의 어머니를 위해서도 의자를 가져오게 하여 그를 자기 오른쪽에 앉게 하였다"(1열왕 2,19).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위엄과 영광을 나타날 때도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신다는 표현이 나온다(히브 1,3). 주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때도 의인은 오른편 축복의 자리로, 악인들은 왼편에 두신다(마태 25,31-46).

 

[평화신문, 2009년 6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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