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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와 부자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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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오랜 세월을 마음이 빈곤한 상태로 살아왔다. 마음이 가난한 탓이었는지 물질적으로도 늘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오늘 생명을 지니고 있음이 둘도 없는 은총인 줄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은사인줄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다. 삶을 참답게 구가하지 못했고 내가 나름대로 잘 해낼 수 있는 것 까지도 만족하지 못했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나 아닌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의 물질적 빈곤을 팔자타령으로 돌리며 타고난 팔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더러 하찮고 비루한 것을 내세우며 교만에 빠지기도 했으니, 이는 마음가난이나 숨기려는 참으로 얄팍한 소치였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한 순간부터 부자가 되었다.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것도 아니다. 이미 하느님께로부터 받아 지닌 은총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깨우치고, 앞으로도 또 더할 것이라 약속하심을 믿는 순간부터 나는 부자가 되었다. 더 분명하게 밝히자면 이미 부자였던 것을 그제야 실감하게 된 것이다. 변한 것은 보이지 않은 마음뿐인데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변신을 했다. 삶의 지옥에서 삶의 천당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마음이 가난한 사람으로 살고자 원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미천한 것이 사실이거니와 하느님께서 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한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마태오복음서 5:3)”인지 가르쳐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젠 진리를 향한 마음가난에 시달리는 여유라도 부려 볼까나. 하느님과 함께 동행하는 부자인데 무엇인들 못할까. 그러나 지나치게 행복한 체 하지는 않겠다. 그 또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주님께서 묵상 중에 결론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주여! 지금 이 시간 마음가난에 시달리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깨닫게 하소서. 마음가난을 훌훌 벗어버리고 주님을 찬미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하소서. 마음가난을 주님과 함께 하는 바로 그 순간이 세상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순간임을 깨닫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