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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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수요일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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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05 ㅣ No.38184

 

8월 6일 수요일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 - 마태오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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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났다.”


<다시금 운명의 책장을 넘길 때입니다>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숨겨둔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함께 소주도 한잔 했습니다. 저보다 주량이 세더군요. ‘이 인간 도대체 언제 인간될까?’ 걱정 많았었는데, 아주 건강한 젊은이로 변화되었더군요. 기분이 너무 좋은 것을 넘어 기분이 째졌습니다.


   얼마 전 운전면허에 합격해서 요즘은 차를 몰고 다닌다는데, 도로 연수중에 선생님에게 많이 혼났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저에게 있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 어릴 때 저와 함께 봉고차 엄청 많이 타고 다녔는데, 쓸데없이 자주 변속기에 손을 댄다든지, 정지차선을 넘어 차를 멈춘다든지, 순식간에 가속도를 붙인다든지 하는 제 나쁜 운전습관이 은연중에 자기 몸에 배였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제 나쁜 습관들을 따라하더라는 것입니다. 그 습관 고치느라 꽤 혼났다고 하네요. 저희는 함께 배를 쥐고 웃었습니다.


   뒷바라지 해주는 사람 하나 없어 홀로 서느라 아직 고생이 많지만, 이제 제 몫을 다해내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주님 거룩한 변모축일입니다. 변화된 ‘아들’을 바라보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정녕 기뻐하실 일 가운데 하나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초보 신앙인에서 보다 깊이 있는 신앙인에로의 변화, 이기적인 신앙인에서 이타적인 신앙인에로의 변화, 자기중심적 신앙인에서 하느님 중심적 신앙인에로의 변화를 보여드리는 것, 어쩌면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향기로운 선물이 될 것입니다.


   육적인 인간에서 영적인 인간에로의 탈바꿈되는 것, 그저 그런 지지부진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 영양가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봉헌이 될 것입니다.


   어제의 나와 끊임없이 작별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새로운 삶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일, 낡은 틀을 깨고 나와 새롭게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정녕 행복해하실 일이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더 이상 ‘날 좀 그만 놔둬’ ‘그냥 이렇게 살다 죽게 놔줘’ ‘한 평생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늦었지’ 이런 말들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


   비록 오늘 우리 삶이 너무나 하찮아보일지라도 ‘변화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는 우리의 바람처럼 그렇게 빨리 다가오지 않습니다. 회개 역시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랑비처럼 다가오는 것이 변화요 회개라고 저는 믿습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실 주님, 우리를 한 차원 높은 삶에로 이끌어주실 주님, 우리의 얼굴을 해맑은 천사의 얼굴로 변모시켜주실 주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매일에 충실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이제 모진 비가 그치고 태양이 다시 떠오릅니다. 또 다른 희망의 바람이 절실한 때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의 책장들을 넘길 때입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좀 더 변화되기 위해 힘차게 일어설 때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5번 / 영원하신 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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