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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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배 안에만 있을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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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8-08-04 ㅣ No.38157

 

 

마태 14, 22-36

 

복음에서 제자들은 역풍에 시달린다. 

순조로운 진로를 방해하는 역풍과 풍랑은 우리의 삶 도처에서 불어온다.

한밤중 내내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주님은 곁에 없다.

이럴 때 주님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늘 심각한 회의로 빠뜨린다.


'도대체 그분은 어디 계신가? '

새벽이 되어서야 주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유령처럼 물 위를 걸어 그들에게 오셨다.


주님을 알아본 베드로.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인간이 죽음의 공포 앞에 서면 저절로 하느님을 찾게 된다더니 헛소리를 하는 것일까?

그는 밤새도록 배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노를 저어도 한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현상.

유령에 홀린 듯 그자리에서 맴맴 도는 이 괴이한 현상을 탈출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분이 오셨다.

그 거센 물결을 밟고 서있는 스승의 초연한 모습은

밤새도록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던 자신들의 모습과는 천지 차이다.

'우리도 저럴 수 있다면...'

 

"오너라"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밟고 그분께로 걸어간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조심스럽게.

 

베드로에게는 물위를 걷는 자신의 모습에 놀랄 겨를도 없다.

무엇에 홀린 듯, 몽유병에 걸린 듯, 그분께 걸어가는 베드로.


하필이면 그때 다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정신이 들었는지 바람에 눈길을 주는 베드로.

밤새 자신들을 골탕 먹이던 그 바람이다.

 

베드로는 좀전까지는 버리고 싶었던 배로 돌아간다.

믿을 수없는 배이긴 해도 그때는 살아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몸을 받쳐줄 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자신이 맨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자마자 물에 빠진다.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베드로에게 손을 내미시는 예수.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이제까지 너를 받쳐주고 있었던 것은 실은 배가 아니라 믿음이었다.

네가 의식하는지 아닌지 상관없이 믿음이 너를 살리고 있었다.

 

그걸 잊는다면 너는 언제까지나 배만 움켜잡고 있어야 하리라.

배를 벗어나서는 잠시도 맘 편히 걸을 수 없으리라.

 

육지에 도착해서는 배가 아닌 또 다른 것을 움켜쥐리라.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 아니면 잠시도 맘 편히 살지 못하리라.

 

너희의 삶도 흔들리는 물과 같을 것이므로.

거센 파도와 세찬 바람이 계속 몰려올 것이므로.

 

그러니 배가 아니라 믿음이다.

내가 아니라 믿음이다.'

 

예수님은 이런 이야길 계속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깨닫지 못하는 베드로를 물에서 건져 말없이 배에 올려주신다.

주님이 배에 오르시자, 신기하게 바람이 그치고 풍랑이 잔잔해진다.

제자들은 모두 엎드려 경배한다.

 

그.러.나.

 

다시 풍랑이 불면, 바람이 거세게 불면, 또다시 그들은 의심하리라.

바다에서는 배를 움켜잡고, 육지에서는 또다른 무엇을 움켜쥐리라.

육지에 도착해서 그분의 옷자락이라도 잡아보려 애쓰는 수많은 병자들처럼.

 

믿음이 약한 제자들도 구해지기는 했다.

옷자락이라도 움켜쥐려 애쓰는 병자들도 치유되기는 했다.

 

그러나 언제 우리는 예수님처럼 유유자적하게 물 위를 걸어볼까?

언제 우리는 흔들리는 이 세상 위를 예수님처럼 자유롭게 활보할수 있을까?

웨이크보드를 타듯, 유유자적, 멋지게, 자유롭게,

이 인생이라는 물살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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