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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연중 월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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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연중 월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마태오 14,22-36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실패 앞에 설 때 마다>
베드로 사도,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예수님의 수제자, 교회의 반석, 초대 교황, 위대한 사도, 천국의 관리자...
그러나 베드로 사도, 그가 더욱 존경스럽고, 더욱 정감이 가고,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베드로 사도, 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향한 오랜 신앙여정에서 수시로 흔들렸고, 나약했고, 갈등했고, 번민했다는 것입니다.
그 같은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오늘 복음에도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두렵다 못해 소리까지 질러대는 제자들 앞에서 물위를 걸어 등장하십니다.
베드로가 ‘나서서’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건너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외칩니다.
“오너라.”고 말씀하시자 베드로 사도는 “네, 주님!”하고 용감히 대답은 했겠지만, 속으로 엄청 겁이 났을 것입니다.
망설이고 있는 베드로 사도를 향해 주님께서 “자, 봐라, 이렇게 걸어봐라.” 하면서 자상히 물위를 걷는 법을 가르쳐주셨을 것입니다. 용기를 낸 베드로 사도는 배에서 내려 물위로 발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설마 했는데, 물 위로 한 발을 내려서니 물로 빠져들지 않고 설 수 있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또 한 걸음을 옮겼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빠져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베드로 사도의 내면의 상태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우쭐한 기분도 들고 속으로 이렇게 외쳤겠지요.
‘아싸! 이제 나도 된다. 나도 스승님처럼 물위를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제자들을 향해 그랬겠죠.
“야, 너희들 봤냐? 수제자의 본 모습을! 너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거다.”
그러나 팽배했던 자만심도 촌각이었습니다. 잔뜩 기고만장해 있던 베드로 사도 앞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거센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큰 파도가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베드로 사도의 내면은 즉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에 베드로 사도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수제자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지는 순간입니다. 의아한 눈길로 베드로 사도를 바라보던 다른 사도들 ‘잘난 척 하더니 쌤통이나. 내 그럴 줄 알았다.’ 며 속으로 엄청 웃었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한계는 바로 여기까지였습니다.
때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능력과 힘, 그를 바탕으로 한 성공도 허락하시지만, 그와 반대로 철저한 실패, 무기력, 한계, 나약함, 좌절, 실망감, 막다른 골목도 허락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단적 한계 상황을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식을 부서트리시고 주님께서 하신다는 진리를 깨우쳐주시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주님께서 함께 하시고, 주님께서 손내밀어주시고, 주님께서 도와주셔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하시려는 배려가 아닐까요?
가끔씩 맞이하는 실패, 한계 앞에 설 때 마다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은 바로 제대로 된 우리의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임을 말입니다. 그 순간은 이제야 훌륭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승리를 준비하는 활기찬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임을 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458번 / 주의 말씀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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