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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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보물 -세귤라(segul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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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8-07-31 ㅣ No.38073

 

 

마태 13,44-46


복음에서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진 보물과 같다고 한다.

보물이면 모두 달려들어 찾고싶고 갖고싶어 할텐데 왜 그렇지 않을까?

문제는 그 보물이 '숨겨진'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정말 '숨겨진' 것이라기 보다는,

값진 것임을 아는 사람에게만 발견된다는 측면에서 숨겨졌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값진 진주임을 알아보고 가진 것을 다 팔아서라도 그것을 사려는

상인과 같은 눈이 있어야 하늘나라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런 눈이 없는 사람에게는 늘 '숨겨진' 보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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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이 어느 날 가발을 잃어버렸다.

당시에 가발은 매우 값이 비싸고 중요한 물건이었는데,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의 가발을 찾아주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근처 이발관에서 일하는 아가씨였다.

그 후 헨델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녀를 자주 찾아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날 헨델은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자신의 오라토리오 ‘메시야’의 친필 악보를 선물로 주었다.

얼마 후 헨델이 그 이발관에 느닷없이 들리게 되었는데, 

매우 실망스러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이발을 하러 온 한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녀가

“머리를 말게 악보 몇장만 갖다주세요”라고 시종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헨델이 온 줄 모르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헨델은 조용히 이발관을 나왔고 그 후로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음악을 알지 못하는 여인에게는 헨델의 친필 악보가 보물로 보일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하늘나라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늘나라가 보물로 보일 리가 없다.

보물이 보물로 보이려면, 그 가치를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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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 하늘나라는,

또 그 주인인 하느님은 때때로 보물로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하느님의 눈에 우리는 항상 보물이다.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성경에서 그분은 우리를 '내 것' '내 소유'라고 여러 곳에서 부르시는데,

이 때 쓰는 히브리어 단어, 세귤라(segullah)는 아주 값지고 귀한 '보물'을 뜻한다.

(탈출 19,5; 신명 7,6 ; 14,2; 26,18; 1역대 29,3; 시편 135,4; 전도 2,8; 말라 3,17 등에 이렇게나 많이 나온다.)

 

이 세귤라는 원래는 왕의 애장품, 즉 전리품으로 차지한 보물 중에도 특별하게 고른 보물을 뜻한다.

그런데 이 보물이 사실 다른 보물보다 훨씬 가치가 출중해서가 아니라,

왕의 특별한 기호 때문에 애장품이 된 경우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상대 평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절대 평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보물로, 즉 당신의 소유로 삼았다는 것은

우리가 남들보다 잘나고 가치있어서가 아니라,

그분의 특별한 선택, 사랑 때문에 값진 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어설프기 한이 없는 우리가

하느님 눈에는 항상 보물이라는 것,

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인가?

 

세상이라는 넓은 밭에 무수히 널려있는 돌맹이처럼 흔한 우리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우리를 발견하고

당신의 전 재산인 목숨을 주고 산 보물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당신이 목숨을 바쳐 사랑했기에 우리의 가치가 한껏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를 귀하게 보아주는 분이 통치하는,  그 하늘나라에서

매일을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기에 우리도 내 가진 전부를 팔아 필사적으로 그 나라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내 가진 것의 전부, 도대체 그것이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움켜쥐고 있을까?

 

  

 

 

 그림: 히사코의 冬化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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