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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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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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8-07-31 ㅣ No.38075

 

 

복음: 마태 13,47-53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늘나라가 그물과 같다고 한다.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이는 그물.

 

모든 고기를 모아들이는 촘촘한 그물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이는 폭이 넓은 그물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부는 하느님이고 물고기는 우리다.

어부의 그물에 걸리면 그날로 물고기의 목숨은 끝이 나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그물에 걸린다면 그날로 영원한 목숨을 보장받는다.

 

바다는 일시적으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것 같지만.

실상 바다는 혼돈, 하느님의 빛에 반대하는 어둠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바다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눈도 퇴화되고 다리도 퇴화되고 마침내 그곳 아니면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분이 쳐놓은 그물에 기필코 걸려 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분의 그물에 걸려들어야 또 다른 물, 생명의 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래야 영원한 삶의 길, 자유의 길이 열릴 것이다.

 

복음에서는 그물에 고기가 가득 차자, 그물을 끌어올린 어부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르고 있다고 한다.

 

쓸만한 녀석만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최종적으로는 버려질 몹쓸 녀석들도 걸려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잠시 그물 안에 들어와있다고 해도 어깨를 으쓱거릴 이유는 없겠다.

 

그런데 그물이 가득 차는 때는 종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그물이 가득차지 않은 때다.

 

하느님이 옛날 옛적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이

아직도 가득 차지 않았다는 것은,

그 그물이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큰 그물임을 증명한다.

 

아니면 그물망이 너무 성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물망 사이가 너무 커서 우리 마음대로 들어갔다 나갔다 할만큼 성글기 때문에

아직도 가득 차지 않은지 모른다.

그물망이 성근 것은 우리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물을 친 어부는 또 우리를 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그물에 걸릴만큼 좀 더 커지도록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늘 어린아이처럼 미성숙한 채로 자라지 않는 우리일지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 쳐져 있는 그물이

퇴화된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지도 모른다.

시간의 날줄과 공간의 씨줄로 짜여진 보이지 않는 그물이기에

아직도 멀었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모두들 안심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는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

바로 우리의 곁에, 가장 손쉬운 우리의 오른편에 있는

그분 사랑의 성근 그물,  폭넓은 구원의 그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 그물 안으로 헤엄쳐 들어와야 쓸만한 고기의 구실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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