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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목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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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목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마태오 복음 13,47-53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붕어와 뽀뽀하는 사람, 잉어와 춤을 추는 사람>
오늘 복음은 낚시꾼들에게 있어 훨씬 설득력 있고 이해가 빨리 가는 복음구절이군요.
낚시를 좋아하시는 한 원로 신부님께서 언젠가 ‘사제의 휴식과 취미’란 주제로 말씀하신 대담 글이 기억납니다.
대담자가 “지금까지 낚시해오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때가 언제였습니까?” 하고 여쭸더니 신부님 하시는 말씀은 이랬습니다.
“대어를 낚아 올렸을 때, 라고 대답할 줄 알았지? 천만에! 바로 옆에 앉은 낚시꾼이 대어를 낚았다가 놓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지.”
저도 ‘한 낚시’ 하는 사람이다 보니 낚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한 번은 낚시터로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는데,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머릿속에는 이미 깊고 푸른 바다며, 갯바위며, 고기들이 우글거리는 포인트며, 우럭이나 광어가 끌려 올 때의 그 짜릿한 손맛하며....등등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정신없이 밟게 되었습니다. 너무 속도를 낸 것 같아 ‘이래서는 안 되지’하는 순간, 어느새 경찰차가 따라붙더니 갓길로 붙으라고 했습니다. 차창을 내리니 경찰관께서 정중하게 묻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그렇게 빨리 달리십니까? 규정 속도에 ○○킬로 초과인데, 이 정도면 면허 정지 되겠습니다.”
차마 “낚시하러갑니다!”라고 대답하기가 뭣했던 저는, 또 면허정지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저는 본의 아니게 ‘엄청난’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위중한 환자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요.”
낚시터로 가는 내내 엄청 많이 반성했습니다.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 양심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기다리지도 않는 임종환자 핑계를 댄데 대해서, 또 사목하러갈 때 도 낚시하러 갈 때처럼 기쁜 마음, 설레는 마음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민물에서나 바다에서나 낚시꾼들이 유일하게 노리는 것은 ‘대어(大魚)’, 혹은 ‘대물(大物)’입니다. ‘대상어(對象魚)’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대어를 낚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낚시를 드리우기가 무섭게 대어가 잡히기보다는 기다리지 않았던 잡어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지도 못하고 재수도 없는 복어새끼, 손가락만한 놀래미 새끼, 월남붕어, 피라미 등이 잡히면 낚시꾼들은 재수 없어 합니다. 그물망에 넣어두지 않고 살려주거나 풀밭에 던져버리지요.
낚시꾼들은 작은 물고기 백 마리보다 대어 한 마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무엇보다도 대어가 끌려올 때의 그 짜릿한 손맛은 낚시꾼들에게 있어 천국체험입니다.
대어를 낚아 올린 낚시꾼은 마치도 자신이 해산한 아이를 바라보듯이 흐뭇한 얼굴로 대어를 바라봅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잉어를 끌어안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습니다. 붕어와 뽀뽀를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뿌듯한 심정으로 잡은 대어를 그물망에 넣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들어 올려 바라봅니다. 진정 기뻐합니다.
세상 끝 날에 하느님께서 하실 역할은 바로 그런 낚시꾼의 역할일 것이라고 오늘 복음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를 뜨기도 뭣하고, 매운탕꺼리를 하기도 뭣한 별 도움 안 되는 잡어들은 ‘재수 없다’며 멀리 멀리 집어던지듯이, 한 세상 살아오면서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지르며 살아온 사람, 그러면서도 끝까지 회개하지 않은 사람, 존재의 가치가 없었던 사람들을 하느님께서는 가려내어 영원히 가슴 치며 통곡할 괴로운 장소로 보내실 것입니다.
반면에 한 평생 쌓아온 덕과 선행으로 통통히 살이 오른 대어 같은 사람들은 대견한 눈길로 바라보시며 ‘잘 왔다’며 쓰다듬어 주실 것입니다. ‘기다렸다’며 행복해하실 것입니다. 그 대어들은 하느님 당신 도성에서 성인들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상선벌악, 선한 사람에게는 상급(천국)을 주시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지옥)을 내린다는 교리, 어찌 보면 시대에 맞지 않는 고루한 교리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불변의 진리이자, 보편적인 진리입니다.
오늘 비록 힘겨워도 주님께서 주실 영원한 상급을 내다보며 다시 한 번 힘차게 일어서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이웃사랑의 실천과 작은 선행의 실천으로 대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68번 / 기쁨과 평화 넘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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