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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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 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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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11-17 ㅣ No.58762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뒹구는 모습을 보는 느낌은 쓸쓸함과 외로움입니다. 발길에 채이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쓰레기 통 옆에 있고, 하수구 옆에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이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낙엽도 봄에 새싹으로 시작을 했을 겁니다. 따뜻한 빛을 받고 땅 속 깊은 곳에서 물과 양분을 받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냈을 겁니다.

 

‘모두가 사랑 이예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정말 모두가 사랑일 수 있을까? 슬픔도, 절망도, 아픔도 고통도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떨어져 뒹구는 낙엽은 말이 없습니다.

 

 길을 건너는데 파란불이 깜박거립니다. 얼른 달려 길을 건너니 타야할 버스가 막 도착합니다. 교통카드를 대고 버스에 오르니 빈자리가 하나 있는 겁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외국에 간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니 보내 달라고 합니다. 나를 믿고 전화를 준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아는 분이 핸드폰이 필요하다 이야길 합니다. 새로운 일을 맡았는데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의 핸드폰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핸드폰을 새로 바꾸고 싶었는데 바꿀 이유가 생겼습니다. 제가 쓰던 핸드폰을 드리니 고마워합니다. 저는 새로 핸드폰을 바꾸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핸드폰을 바꾸기가 쉽지는 안잖아요.

 

 일원동 성당에 교육이 있는 줄 알고 갔는데, 역삼동 성당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주신 유인물을 살펴보니 역삼동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당연히 일원동으로 생각하고 유인물을 살펴보지 못한 저의 실수입니다. 다행이 시간이 조금 있어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교우 분께서 저를 아시고 역삼동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합니다.  실수를 했지만 그 실수 때문에 고마운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사랑일 수는 없을 겁니다.

모두가 즐겁고 기쁜 일은 아닐 겁니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슬픔과 고통은 아닐 겁니다.

모두가 화나고 속상한 일도 아닐 겁니다.

모두가 어긋나고 비틀어지는 일도 아닐 겁니다.

 

‘우산’은 저의 통신이름입니다. 간혹 ‘우산’이라고 정한 이유를 묻는 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비가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자고 했던 분이 있었고, 그 고마운 기억이 남아 우산이라 정했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우산이 필요하신 분께 위로의 우산을 나누어 쓰고 싶어서 정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제가 남에게 우산이 되어주기 보다는 많은 분들께서 저를 위해 우산이 되어 주셨습니다.

 

 모두가 사랑일 수 없다면 내가 그 사랑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즐겁고 기쁠 수 없다면 내가 즐겁고 기쁜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자!”

세상에 나와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이 또한 즐기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만드신 분께 의탁할 수 있다면, 그분께서 주신 것이니, 그분께서 거두어 가심을 믿을 수 있다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초라해진 나무도,  떨어져 뒹구는 낙엽도 모두가 사랑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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