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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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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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4-27 ㅣ No.6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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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루카 24장 13-35절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천국의 오솔길, 엠마오 여행길>

 

 

    ‘일장일단’이란 말이 있습니다. 동전에 앞뒷면이 있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세상만사가 좋은 점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는 말입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특히 더 느낍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여행을 다녀보면 일단 재미있습니다. 일행 가운데는 리더도 있고 도우미도 있어 마음도 안심이 됩니다. 그런 반면 단점이 있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합니다. 여행도 더딥니다.

 

    그래서 가끔씩 홀로 여행을 떠납니다. 얼마나 홀가분하고 편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나절만 지나면 슬슬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상 아무에게나 먼저 말을 건네기도 힘듭니다. 식사 때가 되도 어디 들어가 혼자 먹는 것도 큰일입니다. 하루 온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내니 무료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정보다 빨리 여행을 끝냅니다.

 

    ‘인생’이란 여행, ‘신앙여정’이란 여행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동반자’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동반자들이 다 내게 호의적이고 관대하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까칠하고 대책 안서는 동반자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오고 꼬투리를 잡으면서 여행을 힘들게 만듭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은 참으로 특별한 동반자이십니다. 오늘 ‘엠마오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동반의 달인’이십니다. 아직 눈을 못 뜬 미성숙한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배려를 한번 보십시오.

 

    스승 부재 상태에서 큰 상실감과 혼란에 빠져있는 제자들에게 먼저 예수님께서 다가서십니다. 무얼 그리 고민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십니다. 무지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을 다그치지 않으시고 하나하나 자상하게 설명해주십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 묵으십니다. 식탁에 앉으셔서는 그들에게 손수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기까지 하십니다. 자상함과 친절이 지나칠 정도여서 제자들이 송구스러울 정도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걸었던 짧은 여행길이 얼마나 감미로웠던지, 제자들은 마치 천국의 오솔길을 걷는 듯 했습니다. 그 만남이 마치 짧은 봄날처럼 너무나 아쉬웠던 그들이었기에 예수님께 간절히 청했던 것입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이런 예수님의 친절과 지극정성과 배려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 감동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들의 눈을 뜨게 만들고, 그들의 눈을 열어주며, 마침내 예수님을 알아 뵙게 만듭니다. 마침내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 뵌 그들은 그 감동이 얼마나 컸던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상처 입은 영혼들이 너무 많은 이 세상입니다. 외로움에 절망감에 홀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요즘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자상한 영적동반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그치지 않고,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자상하게 일러주면서, 일으켜 세우면서, 다시금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줄 동반자, 많은 새들이 거처로 삼는 넉넉하고 큰 나무 같은 동반자.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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