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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부활 메시지 "생명 파괴하는 배아 연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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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문화홍보국 [commu] 쪽지 캡슐

2007-04-02 ㅣ No.190

2007년 부활 메시지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은 오는 4월 8일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부활 메시지를 발표했다(全文 첨부).

정 추기경은 메시지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간에게 죄로 잃어버린 생명을, 어둠속에서 빛을 다시 가져다 주시기 위함"이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한 우려를 표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라고 해도,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일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지난 3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체세포복제배아 연구의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2월에도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廉洙政) 주교 명의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문건은 '한시적 금지' '제한적 허용' 모두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파괴하게 되므로 이 두 가지 방안 모두를 반대하며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성체(成體)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사순시기(四旬時機)의 시작인 재[炭]의 수요일, 예수 부활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에 공식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으며, 교회 내 공식 메시지에서 사회적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직접적인 유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활 메시지 전문(全文)은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 4월8일자에 실린다.

한편 정진석 추기경은 오는 7일(토) 저녁 8시 '부활 성야 미사'를, 8일(일) 낮 12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명동성당에서 집전한다.


2007년 부활 메시지 (全文)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요한 11,2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부활을 믿는 것이며 그리스도교 신자란 한 마디로 부활을 믿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만약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다면 우리가 믿는 믿음은 모두 헛되며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관은 쓸모 없게 되고 인간의 삶은 결국 멸망과 죽음으로 끝나게 됩니다(1코린 15,14 참조). 그러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부활처럼 더 기쁘고 복된 소식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은 위대한 위인이며 예수님의 부활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부활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 자신만의 사건이 아니라, 구원을 원하는 모든 인간의 희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인의 부활에 대한 희망이며 보증이기 때문입니다(1코린 15,20-22).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도 반드시 부활한다는 이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처지에서도 실망하지 않게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파괴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죄와 죽음의 세력을 이기신 주님의 부활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죽음 없이 부활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십자가의 고통은 허구가 아니며 처참하고 혹독한 실제적인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은 다름 아닌 십자가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인간에게 죄로 잃어버린 생명을, 어둠 속에서 빛을 다시 가져다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큰 문제는 만연해 있는 인간 생명의 경시 풍조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세력에 대응하여 저항해야 합니다. 그것이 질병이나 자연재해, 경제적?정신적 빈곤, 사회적 불의나 정치적 억압이건, 전쟁과 갈등에 의한 폭력이건 모든 죽음의 세력을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살기가 어렵다고 쉽게 자살하거나 다른 이의 생명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쉽게 해치는 행동은 너무 개탄스럽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거스르는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의 허용 범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신앙인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가톨릭 교회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어떤 종류의 배아 연구도 반대하며, 경제적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선포합니다. 

이에 지난 3월23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한 것에 대하여 우리 가톨릭교회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가톨릭 교회가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배아 역시 인간 생명이기에, 배아 파괴는 결국 살인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배아 파괴를 합리화하기 위해 배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임신된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는 것은 오랜 교회의 가르침이며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로서도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므로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라고 해도,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일로써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배아복제 연구는 복제인간의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모든 과학적 기술은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인간성의 도덕적 가치를 충만히 실현하려는 목표를 지향하는 것은 명백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 생명을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연구의 과학 기술적 진보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구는 생명위원회를 통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정부와 학계에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 대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앞으로도 생명과학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구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야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봉사하는”(생명의 복음, 5항) 사회가 되어 생명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배아라고 해도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믿는 부활 신앙입니다. 따라서 모든 생명은 부활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부활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지금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활의 믿음을 가진 이들은 일상생활과 삶의 현장에서 부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신앙인은 부활하신 주님을 세상에 증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주님의 십자가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부활하는 삶이 됩니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더 이상 죽음의 어둠 속에 있지 않고 부활의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부활의 생명은 모든 사람의 희망과 빛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부활의 생명과 빛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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