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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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부님 계시면 어디 나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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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2-06 ㅣ No.2985

12월 7일 금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요한 10장 11-16절

 

"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이런 신부님계시면 어디 나와 보세요>

 

사제로 살아가면서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가 하면 신자들이 자신들의 소속 본당 신부님들을 칭찬할 때입니다. 아니면 제가 아는 동료 신부들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때입니다.

 

"우리 신부님 같은 분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 그러세요. 우리 신부님은 한 마디로 성인(聖人)이십니다.", "우리 신부님은요, 노인들한테 얼마나 잘 하신다구요. 마치 부모님 대하듯이 대하세요", "우리 신부님 강론 말씀 들으면 일주일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답니다. 한 마디로 뿅 가요", "우리 신부님 겉으로는 저렇게 무뚝뚝해 보이셔도, 얼마나 따뜻한 남자인지 몰라요." 등등. 끝도 없이 늘어놓는 신부님들 자랑을 들으면 처음에는 "아니 그래서 나보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하는 약간의 질투 아닌 질투도 생기지만 참으로 흐뭇한 마음 감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신부님들의 모범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씩 자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신자들의 신부님들에 대한 불만을 듣습니다. 물론 사제들도 인간이기에 때로 큰 실수도 하고, 때로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신자들에게 상처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때로 있지도 않은 소문이 와전되어 큰 오해를 빚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반드시 기억할 일이 있습니다. 많은 신부님들, 아마도 대다수의 신부님들이 고통과 오해를 참아가면서 묵묵히 사제직에 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숱한 성격적 결함이나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느님 앞에 서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선종하신지 13년째인 한 신부님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광주대교구 김용배 안드레아 신부님. 그분을 따랐던 신자들은 그분에 살아 계실 때부터 성인사제라도 불렀고, 지금도 그분의 묘소에는 시들지 않는 꽃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그분의 주머니는 늘 텅 비어있었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한푼도 없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외출할 때 동행하면 그분은 유난히 주위를 살피셨습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재빠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으셨습니다. 얼마가 되든지 손에 잡히는 그대로 자선을 하셨습니다. 차비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서 그냥 주는 것이었습니다. 웃음을 머금고 "힘내세요. 형제!" 하고 위로하면서 사랑이 넘치게 손을 잡거나 등을 쳐주셨습니다.

 

그분의 옷차림은 사시장철 간소하셨습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사제에게 양복과 속옷을 선물하는 신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한두 가지 옷차림이었습니다. 무엇이 생기면 그 뒷날 바로 불우한 형제에게 선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추운 날에 드렸던 조끼를 입으시라고 했더니 추위를 잘 견디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그 조끼는 이미 어떤 가난한 형제가 입고 추위를 녹이고 있었습니다.

 

이승을 떠난 사제의 방에는 몇 권의 서적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쓸만한 가전제품 하나 없었습니다. 오직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거하고 실천한 김 안드레아 사제의 삶을 본 교우들은 그분을 따랐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습니다(김영대, 어느 사제의 텅빈 주머니, 경향잡지 통권 1605호 참조).

 

오늘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교회의 성화와 발전을 위해 헌신하셨던 착한 목자이셨습니다. 한 지도자가 착한 목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할 때, 교회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살아나며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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